"전혀 다른 세상이 열렸어요" 문성민(18.가명)군은 요즘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한결 밝아진 문군의 얼굴에서는 불과 2개월 전만해도 강력범죄를 저질러 경찰서에서 신문을 받은 전과자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문군은 30일 "처음 받아보는 따뜻한 이웃분들의 애정과 관심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면서 행복에 겨워했다. 한겨울 삭풍이 몰아치던 1월10일 서울 강동경찰서 강력반. 앳된 얼굴의 문군은당시 손목에 수갑을 찬 채 고개를 푹 숙이고 특수강도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이미 전과 3범인 이 소년의 얼굴에는 절망과 세상에 대한 원망만이 묻어있었다. 택시강도를 5차례나 저지르고 잡힌 문군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다른 세상'의 일이었다. 이런 문군에게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은 택시강도를 당한 피해자인 택시운전사 이창수(48)씨였다. 자식 같은 소년에게 택시강도를 당한 것이 괘씸해 2개월간 경찰과 함께 문군의뒤를 쫓아 직접 문군을 잡았다. 하지만 문군이 살고 있는 서울 암사동 옥탑방을 찾아간 이씨는 눈물이 핑 돌았다. 누나(23)와 단둘이 살고 있는 문군의 집은 한 겨울에 보일러도 없이 여름철 홑이불 하나만 달랑 깔려져 있었던 것. 문군은 범행 당시 돈이 없어 이틀을 굶은 상태였고 월세 15만원인 방값도 석달째나 밀려 있었다. 밖으로만 나도는 동생 때문에 누나는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직장인 옷가게마저 사정이 어려워 몇 달째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주머니에 있던 돈 10만원을 문군의 누나에게 쥐여주고 경찰에게 선처를부탁했다. 원수를 사랑으로 갚은 이씨의 사연이 보도되자 전국에서 온정이 답지했고 검찰역시 "기회를 한 번 더 주자"며 1월19일 문군에 대해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결정을내렸다. 문군과 누나는 성금 700만원으로 밀린 월세도 냈고, 방 두 칸짜리 월세방을 얻어 새 생활을 시작했다. 중학교를 중퇴한 뒤 범죄의 나락에 빠졌던 문군도 누나를 도우려고 일어나면 일자리를 찾고 있고, 명일직업훈련원에서 서양요리학과 1년 과정에 등록, 7월부터 요리사의 꿈을 키워갈 기대에 한껏 마음이 부풀어있다. 택시운전사 이씨는 "조그만 관심이 한 아이의 삶을 바꾼 것이 놀라울 뿐"이라며"나 자신이 자랑스러울 정도"라며 흐뭇해 했다. 문군은 "11월이면 어머니께서 출감하시는데 가족들이 모이면 요리사 자격증을따 작은 가게라도 했으면 좋겠다"며 작은 소망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