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혼 학칙을 폐지한 이화여대에 58년만에 처음으로 `기혼자 신입생'이 탄생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04학번 새내기'가 된 약학부의 전영미(32)씨와 초등교육과 기성화(28)씨. 특히 기씨는 지난해 5월 딸을 낳느라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남편의 `외조' 덕에 틈틈이 공부해 `늦깎이 대학생'이 될 수 있었다. 2001년 9월 결혼한 기씨가 그간 다녔던 노동부 산하 공기업을 그만둔 것은 이듬해 10월. 평소 꿈이던 초등학교 교사에 도전해보라는 남편의 독려가 용기를 줬다. 원래 다른 대학 이공계 94학번 출신인 기씨였지만 8년만의 도전이 쉽지만은 않았다. 문과로 계열을 바꾼 데다 그 새 교육과정도 많이 바뀌었고 임신까지 한 몸이었다. 대신 성적이 안 나와 낙심할 때면 남편이 용기를 불어넣어주곤 했다. 기씨는 "출산과 산후조리로 3개월가량 공백도 갖는 등 공부하기가 힘들었다"며 "그러나 이제 어릴 적부터 품어온 `선생님'의 꿈에 한발 가까이 가게 돼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전씨는 모 대학 의류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 의류업체에서 디자이너로 과장까지 지내다가 `보람 있는 평생 직업'을 고민한 끝에 2002년 4월 직장을 관두고 다시 책을 붙잡았다. 첫해 성적은 입학 지원서 제출을 포기해야 했을 만큼 비참했다. 그러나 이듬해 5월 결혼을 하고도 공부를 위해 신혼여행마저 연기하는 `의지'를 보인 끝에 올해 좋은 결과를 본 것. 전씨는 "힘들 때면 50년만에 복학했다는 `할머니 이대생'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곤 했다"면서 "공부하면서 눈을 넓히는 기회를 갖는 한편 여름방학 때쯤에는 남편과 함께 미뤄왔던 신혼여행을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1946년 재학생의 결혼을 금지하는 금혼 학칙을 제정, 이후 기혼자는 입학을 할 수 없었으나 지난해 2월 이 학칙을 폐지했다. 학교 측은 기혼자 신입생이 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사람은 이들 둘 뿐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