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여성 오모(33)씨가 북한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법원이 9일 오씨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탈북자들의 재혼길이 열리게됐다. 이번 재판은 탈북자가 북한에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제기한 첫 이혼소송으로 탈북자 이혼소송의 이정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오씨와 비슷한 처지의탈북자들에게 새 희망을 안겨줘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탈북자들은 그간 남한에서 취적을 하면서 새 호적에 등재된 북의 배우자 때문에민법상 중혼(이중결혼)금지 조항에 걸려 실제로 남한에서 새 사람을 만나 동거와 같은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지 않고는 부부로서의 법률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북한에서 이뤄진 혼인의 효력 ▲이혼재판을 통한 혼인 관계 해소가능 여부 ▲재판상 이혼사유가 되는 지 여부였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정상규 판사는 먼저 북한에서의 혼인효력 여부에 대해"헌법상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북한 주민의 혼인과 가족생활도 국가가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 북한에서의 혼인을 인정했다. 재판상 이혼 사유가 되는 지 여부에 대해서는 "남북 주민간 왕래나 서신 교환이자유롭지 못한 상태가 가까운 장래에 해소될 개연성이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혼인관계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원고에게 너무 가혹하다고 판단했다 또 탈북 후 한국의 보호를 받고자 국내로 들어온 탈북자들의 의사도 존중돼야한다고 지적, 탈북한 원고 오씨에게 결혼 파탄의 책임(有責)을 지우지 않았다. 이와함께 북의 배우자에게 이혼 소송에 관한 통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감안, 법원 게시판에 이를 '공시송달' 한 것도 주목거리다. 또 이에 따라 북 배우자가 통지를 받지 못해 불이익을 당해도 향후 '추완항소'를 통해 통지를 받지 못한 피고가 추후 이를 인지했을 때 항소를 제기, 피고의 권리가 침해 받지 않도록 했다. 정 판사는 "법원을 통해서만 (탈북자들과 관련한) 모든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장래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입법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변협 북한이탈주민 법률지원위원회의 임통일 변호사는 "법원이 이번 재판에서 탈북자의 이혼을 허가하지 않았다면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을 것"이라며"재판부가 여러 정황을 고려, 최선의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북에 있는 배우자와의 이혼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되 필요하면 입법 조치를 통해 사법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피고의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공시송달을 선택한 것은 적절한 것" 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남북이 사법공조를 통해 송달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법적 판단과 함께 '부재선고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 북의 배우자를 부재자로 규정해 혼인 관계를 해소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