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3억원 모금'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 사돈 민경찬(44)씨가 짓지도 않은 병원의 원장 행세를 하며 사기 행각을 벌여왔고 현재 빚이 8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6일 모 부동산업자에게 "이천중앙병원 식당운영권을 주겠다"고 속여 5억3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민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일단 `650억원 모금' 주장의 실체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루고 있지만 이 또한 민씨가 이천중앙병원 구입자금을 450억원이라고 예상한 데에서 나온 즉흥적인 발상일 뿐 실체가 없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4일 압수한 민씨의 일기장 메모 등을 근거로 민씨에게 투자했을 가능성이 있는 참고인들을 잇따라 소환.조사했지만 5일 밤까지 투자자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민씨가 실제로 누군가로부터 돈을 모금했거나 최소한 투자약속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민씨는 현재 빚이 80억 원에 이르고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 수원에 있는 아파트에까지 채권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형편"이라며 "청와대와 친분이 있다고 내세웠지만 사실은 골칫덩어리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혹시 투자자가 있거나 최소한 투자 약속을 한 이들이 전혀 없었다고 예단할 수는 없는 만큼 확인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경찰은 특히 민씨가 잇단 사업실패 등에도 불구하고 호화스런 생활을 해온 것으로 보고 추가 사기 혐의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민씨는 대출을 받아 2002년 초 경기도 김포 주택가 부근에 푸른솔병원을 세웠다가 경영난에 빠지자 곧바로 이천시에 5층 건물을 소유한 이모(43)씨를 설득해 10층 규모의 이천중앙병원 설립계획을 추진했으나 이 마저도 지난달 이천시청의 건축허가 신청 반려로 실패했다. 민씨는 또 지난해 7월 보증금 5천만원.월세 400만원에 서울 서초동 S빌라 2층 사무실을 얻은 뒤 호화가구로 치장해놓고 고급 승용차를 소유하는 등 사치스런 생활을 벌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민씨는 이 사무실에서 '중앙병원 면접자는 올라오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이는가 하면 아예 '이천중앙병원 원장 민경찬'이라는 명함을 만들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지난해부터 민씨 사무실에 드나드는 걸 목격한 BMW 승용차도 민씨가 구입대금 1억2천만원을 나눠내기로 하고 2천만원만 낸 채 압류당한 상태에서 몰래 몰고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수사 관계자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