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몰락에 대비하라.'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넥스트 소사이어티(Next Society)'에서 '다음 세상'의 특성으로 제조업 몰락을 첫손에 꼽았다. 제조부문 생산성은 높아지겠지만 국민총생산과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어 산업혁명 이후 일자리와 부 창출의 주엔진이던 제조업이 급속히 쇠퇴하리라는 예언이다. 최근 국내에서 '일자리 창출없는 성장'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드러커가 말한 이같은 제조업 비중의 약화에서 한 이유를 찾을수 있다. 전문가들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제조업을 대체할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 대표로 '서비스산업'이 지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5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복지 교육 문화같은 서비스 부문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으며, 김진표 부총리도 뒤이어 "서비스산업을 고용 창출의 원천으로 삼아 올 경제를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계 다다른 제조업의 고용 창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서이기도 하지만 제조업의 고용 창출 기능 자체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통계청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18.9%. 지난 75년(18.6%) 이후 처음으로 18%대로 주저앉았다. 산업공동화와 제조업 쇠퇴로 고심 중인 일본(2003년 18.6%)과 비슷한 수준이다. 제조업 비중은 90년(27.2%) 이후 거의 내리 하락해왔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년 28.1%에서 2002년 33.9%로 높아졌는데도 취업자 비중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 신서비스업 경쟁력 높여야 =서비스업이 새 '일자리 발전기'로 주목받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서비스업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여성 경제활동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꾀할 수 있다. 여성 취업 확대는 가사 서비스 수요를 늘려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새 시장은 신규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 하지만 국내 서비스산업의 현주소는 '낙제점'이다. 생산성이 낮은 단순 서비스업이 지나치게 비대하다. 반면 생산성이 높은 금융 컨설팅 물류 등 '신서비스업'이라 할 만한 고부가 서비스업은 극히 취약한 실정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2002년 말 현재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GDP의 55%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미국(74.4%) 프랑스(74.1%) 일본(66.8%)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고용 비중 역시 2000년 61.6%로 미국(74.5%) 프랑스(71.9%)보다 낮다. 노동생산성도 주요 선진국보다 현저히 뒤진다. 2000년 기준 국내 서비스부문 노동생산성을 1백으로 놓고 견줄 때 미국은 2백19.2,프랑스 1백99.9, 일본은 1백95.3에 달한다. 게다가 국내 서비스업은 생산성 향상과 거리가 먼 소비ㆍ향락ㆍ부동산업이 주류인 것도 문제로 꼽힌다. 2002년 현재 비생산적 서비스업 비중은 전체 서비스업에서 21.0%(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달한다. 미국(15.2%) 영국(14.3%) 캐나다(13.0%) 등 선진국에 비해 1.5배가량 높다. 이에 비해 컨설팅 물류 등 제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서비스업의 비중은 6.9%로 미국(13.0%) 영국(20.0%) 독일(17.1%)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석태 씨티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으로 가려면 노동구조가 바뀌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 제조업과의 상생 전략 절실 =신서비스업은 제조업과 상생해야 고용을 늘리고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다.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한국사무소 부사장은 "제조업 사랑은 계속돼야 한다"며 "'제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선 서비스업 경쟁력을 제조업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한편으로 제조업 육성에도 힘쓰는 균형있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건우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을 뒷받침할 생산적 서비스업의 육성이 절실하다"며 "유통 물류 등 서비스업의 질이 높아지면 제조업도 한층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