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부당수사로 생계수단인 운전면허를 잃은버스 운전기사가 가난 때문에 돈을 훔쳐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자 국가를 상대로 '나홀로 소송'을 진행, 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지법 민사83단독 전성희 판사는 15일 도모(37)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경찰이 음주운전 수사를 무리하게 진행해 면허가 취소돼 생계를잃은 점이 인정된다"며 "수입손실 1천400만원과 위자료 600만원 등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속버스 운전사인 도씨는 2000년 1월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동료 1명과 술집 여종업원을 자신의 차로 집에 데려다줬다가 1주일 뒤 태백경찰서에 강간혐의로 불려갔다. 조사결과 강간은 무혐의로 결론지어졌지만 "양주 5잔을 마셨다"고 털어놓는 바람에 음주운전 혐의가 드러났고, 경찰은 1주일 전 사건이라 음주측정을 할 수 없을때 쓰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다. 문제는 도씨가 마신 양주잔은 30㎖라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56%로 계산해야하는데 경찰이 양주잔을 50㎖로 계산, 혈중 알코올 농도를 면허취소기준(0.1%)이 넘는 0.142%로 계산한 것. 도씨는 억울해 하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소송 진행중 생계를 해결하지 못해 남의 지갑을 훔쳐 현금과 신용카드를 써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은 2002년 1월 "경찰의 혈중 알코올 농도 측정이 잘못됐으므로 면허취소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지만 이미 도씨는 수감중이었다. 도씨의 부인은 "예전에도 전과가 있었는데 또 절도를 했다"며 이혼을 요구했고 자녀들은 겨울옷과 먹거리를 구하지 못하는 곤궁한 생활을 하는 등 가정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도씨는 "이것은 모두 경찰이 부당하게 음주운전 수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교도소에서 '나홀로 소송'을 시작했고 재판중 소송구조제도를 알게 돼 변호인도 선임했다. 이날 승소한 도씨는 "손해배상금을 받으면 수제비만 먹던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다"며 "사회의 지탄을 받는 죄를 용서받기 위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