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었는데 사기꾼이 되고 말았네요." 네티즌들을 상대로 상습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로 13일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구속된 권 모(19.경기도 수원시 장안구)군은 화려했던 프로게이머 시절을 생각하며 고개를 떨궜다. 어머니는 2살 때 집을 나갔고 아버지마저 13살 때 구속되자 권군은 중학교 입학도 하지 못한 채 친척집을 떠돌았고 1999년부터는 경기도 수원에 있는 '나눔과 섬김의 집'에서 고아 10여명과 함께 생활했다. 권군은 이곳에서 처음 인터넷 게임을 배우며 프로게이머의 꿈을 키웠고 마침내 2000년 한빛소프트배 전국 스타크래프트 경기 전반기 우승, 드림엑스배 준우승 등을 거머쥐며 이기석, 임요환 등과 함께 촉망받는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알렸다. 권군은 "미성년자는 프로게이머가 될 수 없어 아는 형의 이름을 빌려 활동을 시작했다"며 "하루 18-20시간씩 게임에 몰두하며 경기마다 출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상금을 받아 생활했다"고 말했다. 한때 방송국 게임전문 채널에서 해설까지 맡았던 권군은 2001년 말 프로게이머 협회가 해체돼 경기가 중단되자 수입이 끊겼고 당시 동거 중이던 여자친구가 아기까지 낳자 생활비를 벌기 위해 사기행각을 시작했다. 권군은 아기가 태어난 지 두 달째 되던 2002년 12월 인터넷에서 게임 아이템을 판다고 속여 2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으며 지난해 8월 출소한 뒤에도 또다시 인터넷에서 서바이벌용 모의권총을 판다고 속여 60여명으로부터 1천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붙잡혔다. 권군은 "출소해 보니 아기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고 하고 여자친구는 찾을 수가 없었다"며 "다시 게임을 하고 싶었지만 교도소에 있는 동안 실력이 녹슬어 이런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죄 값을 치르고 나면 아버지와 여자친구, 아기 모두 찾아서 함께 살고 싶다"며 "컴퓨터 관련 일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noano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