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실업,각종 비리수사 등으로 무거운 한해를 보냈던 시민들은 2일 새해 계획과 '경기회복'과 '정치개혁' 등의 소망을 안은 채 첫 출근길에 나섰다. 새벽에 내린 비로 도로가 미끄럽고 안개도 자욱했지만 희망찬 새해를 향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가뿐했다. 이날 오전 관공서를 비롯해 기업체, 은행.증권사, 백화점 등은 시무식과 함께 일제히 정상 근무에 들어갔으며, 공장.상가 등도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새로운 한해를 시작했다. ◇시무식 표정 = 정부 부처와 자치단체 등은 시무식에서 새시대의 변화와 국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헤아려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서비스 행정으로 대국민 봉사에 만전을 기하자고 다짐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침체된 경기탓인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시무식을 가졌다. 새해 업무에 돌입한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수원 삼성전자 본사 강당에서 시무식을 갖는다. 이 회사 박모(40) 차장은 "새해에는 무엇보다 경기가 회복돼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고 이를 위해 믿음을 주는 정치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글과 컴퓨터도 이 날 광진구 구의동 본사 대회의실에서 직원 100여명이 모여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곁들여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 시무식을 열었다. 신입사원 김성훈(28)씨는 "지난해 말 어렵게 취직에 성공한 만큼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원이 되고 싶다"며 "내년에는 경기가 회복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여중생 범대위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사무실에 모여 차분히 새해계획을 다듬고, `부패정치청산', `불평등한 한미관계 개선' 등 올해 중점을 둘 활동방향 등을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5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참여연대 소속 일부 간사들은 김중배 전 공동대표 등을 찾아 새해 인사를 하며 덕담을 나눴다. ◇시민들 새해 소망 = 시민들은 갑신년 새해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고 정치개혁이 이루어지며, 어려운 경제가 빨리 회복되고, 가정에는 건강와 평안이 가득하길 기대하는 등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다. 주부 좌경숙(55.여.노원구 하계동)씨는 "정치판이 성숙할 수 있도록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와 총선이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고, 경제가 빨리 회복돼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회사원인 딸과 대학생 아들 모두 건강하고, 가정이 화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취업재수생 김민지(26.여)씨는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지난해는 취직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좌절만 하는 힘든 한 해였는데 올해는 취직도 하고 좋은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서울 노원소방서 소방장 김광식(45)씨는 "올 한해도 별다른 인명사고나 화재가 없이 무사했으면 좋겠고 시민 여러분들도 화재나 안전사고 예방에 힘써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위례초등학교 5학년 남성진(12)군은 "새해에는 친구들하고 잘 지내고, 엄마 아빠도 건강했으면 좋겠고, 학교교육이 충실해져 학원에 안다니게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새해 첫 출근길인 이날 직장인들은 새벽에 내린 비와 안개낀 날씨로 옷깃을 여민 채 종종걸음을 했지만 일부 기업이 휴무한 탓에 시내 도로와 주요 간선도로 등은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이 율. 조성현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