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6일 발표한 '공적자금비리 수사' 결과는 회사 경영을 잘못해 거래 금융기관에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일부 부실 기업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 부실 기업주는 회사가 부도난 상태에서도 채무 변제에 사용해야 할 회사 재산을 부동산 구입이나 유흥비로 탕진하는 등 회삿돈을 사금고처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 기업별 범죄사실 =검찰에 따르면 나산그룹 안병균 전 회장은 지난 94∼2000년 부도난 ㈜나산의 자금 40억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리는 등 회삿돈 2백90억원을 횡령해 개인 부동산 경락자금 등으로 사용했다. 또 계열사인 나산종합건설의 공금 2천3백59억원을 나산유통 등 다른 계열사 및 자기 명의로 진행 중인 개인공사 미수금으로 지원한 사실도 밝혀졌다. 뉴코아그룹 김의철 전 회장은 지난 94∼96년 계열사 두 곳의 재무제표를 허위작성하는 3백억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2천8백65억원을 사기대출받고 92∼98년까지 회삿돈 26억원을 횡령했다. 또 이순국 전 신호그룹 회장은 97∼2003년 종이원료인 펄프 수입과정에서 수입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5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판공비 등으로 사용했다. 백영기 전 동국무역 회장도 지난 96년 분식회계로 1천4백43억원을 사기대출받아 이 가운데 2백20억원을 부실 관계사인 한승무역에 부당 지원했다. 이밖에 이창수 전 삼익건설 회장과 허진석 전 동성종건 회장도 수백억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아 부실계열사에 부당 지원해 주고 수십억원씩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 도덕적 해이 극심 =안병균 전 회장은 회사자금을 가족이나 임원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부동산 경매자금으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을 횡령했다. 안씨는 또 경락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대출을 받은 뒤 6개 계열사를 통해 건물 상가 골프장 등 부동산 8건(감정가 1천3백8억원)을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는 계열사인 나산클레프 법정관리인으로 임명된 처삼촌 박모씨(불구속기소)와 짜고 나산클레프 자금 27억원을 경락대금으로 유용하기도 했다. 안씨는 또 계열사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한 골프장 회원권 80장(시가 2백억원 상당)을 부인 소유의 회사에 무상으로 양도하기도 했다. 김의철 전 뉴코아 회장은 지난 2000년 8월께 뉴타운산업에 근무한 적도 없는 아들과 사위에게 회사 법인카드를 발급해 줘 이들이 유흥비 등으로 1억4천만원의 회삿돈을 흥청망청 쓸수 있도록 해줬다. 신호그룹의 경우 그룹회장에서부터 하급직원인 대리까지 회사자금 횡령에 개입됐다. 이순국 전 회장은 올해 4월까지 허위 수입계약으로 5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이 가운데 18억여원을 미국으로 몰래 빼돌렸다. 또 전 신호제지 사장 문모씨(불구속 기소)는 이씨로부터 노조 무마용으로 받은 비자금 2억3천여만원을 생활비 등으로 유용하는가 하면 이모 대리는 비자금을 관리한 공로를 인정받아 3억1천만원의 퇴직금을 받아 챙겼다. 아울러 회사직원 김모씨(37) 등 4명은 지난 98년 6월과 2000년 5월 두차례에 걸쳐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이씨를 협박, 총 3억9천만원을 챙겼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