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북 청도 대흥농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단일 건물에서 불이 났으나 내부가 버섯재배장 및 가공공장으로 가연성 물질이 많은데다 창문조차 없어 의외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은 전체 3층 건물 가운데 1층 작업장에서 직원 김모(31)씨가 산소용접기를 이용, 철구조물을 절단하던 중 불꽃이 주변 인화물질로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불은 이어 버섯 포장을 위해 1층 출입구 주변에 쌓아 둔 플라스틱 박스로 옮겨붙었고 박스 내부에는 버섯재배용으로 담아 둔 왕겨와 톱밥 등이 많아 불길이 순식간에 번졌다. 특히 대부분의 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3층은 버섯 종균 배양장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배양장 내부 구조가 미로처럼 돼 있는데다 창문도 없고 조명까지 어두워 직원들의 신속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또 불이 날 당시 내부에서는 작업이 한창이어서 소음으로 실종자들이 화재 경보음조차 듣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공장 직원 허모(54)씨는 "평소 공장 내부에 소음이 심해 화재경보기가 울려도 소리를 모든 직원들이 듣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불이 날 당시 160여명이 작업 중이었으나 출구는 1층 정문 하나 밖에 없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쌓아 둔 박스가 쏟아지면서 일대가 아수라장이 된 점도 다수의 실종자를 양산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화재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의 진화작업이 여러가지 이유로 지체되면서 진화와 실종자 수색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소방차 등 진화장비를 대거 출동시켰으나 진입로가 편도 1차로여서 장비 투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어 소방당국은 현장 도착 후에도 대피 과정에 쓰러진 플라스틱 박스로 장비와인력 투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또 건물 구조가 창문이 없어 연기가 빠져 나갈 수 없었던데다 톱밥과 왕겨더미에 붙은 불이 완전한 진화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고 건물 벽면이 철판과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이 있는 형태여서 유독가스도 상당량 배출됐다. 이에따라 소방당국은 굴착기로 한 쪽 벽면을 뜯어내고 건물 내부로 진입을 시도하는 등 진화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와함께 화재이후 강한 바람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다. (청도=연합뉴스) 이덕기.이강일 기자 duck@yna.co.kr lee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