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보건원은 충북 음성군 소재 양계장에서 발견된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지난 97년과 올 2월 홍콩에서 사람에게 감염된 고병원성 바이러스인 'A/H5N1'형으로 확인됨에 따라 음성 현지에 중앙 역학조사반을 보내 조사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지난 97년 홍콩에서 인명 피해를 초래했던 것과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가 발견됨에 따라 벌써부터 일본 홍콩 등지에 대한 닭고기 수출이 중단되는 등 경제적인 피해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인체에 감염되나 =인체 감염 여부에 대해선 현재로선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상태다. 보건원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바이러스 분리 검체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보내 동물실험과 염기서열 분석 등을 통해 인체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다. 인체 감염 여부가 최종 확인되는 데는 한 달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조류 독감으로 사람이 사망한 사례는 △97년 홍콩에서 H5N1으로 6명 사망(18명 감염) △2003년 홍콩에서 같은 바이러스로 1명 사망(2명 감염) △2003년 네덜란드에서 A/H7N7형으로 1명 사망(83명 감염) 등이다. 조류독감은 철새 분비물 등에 의해 전파되는 만큼 전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국립보건원 전병률 방역과장은 "해당 양계장에서 닭과 접촉했던 농장 주인 등에게서 아직 인체감염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점에 비춰 현재로선 인체 감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그는 그러나 "닭이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될 수 있는 잠복기가 2∼3일이고 사람은 조류 독감에 감염된 가금류와 접촉후 1∼2주 사이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건원은 조류독감에 감염될 경우 초기에 고열과 관절통 근육통 등 일반 독감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소화기 증상이 생기고 간기능이 악화될 수 있으며 심하면 급성 호흡부전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피해 커질 듯 =인체 감염 여부가 판명되려면 한 달가량 소요되기 때문에 그동안 닭고기 달걀 오리 등에 대한 소비 위축이 우려되는 형국이다. 당장 연말까지 93억원 어치의 닭고기 등 가금류 수출길이 막힌 상태다. 국제 규정상 최후 발생 보고일 이후 6개월이 지나야 금수조치가 풀리기 때문에 사육 농가들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농림부는 이미 조류 독감이 나타난 농장의 닭을 모두 매몰 처분한데 이어 반경 10㎞ 이내 닭 오리 사육농장 76곳에서 사육 중인 1백86만마리에 대해서도 이동제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아울러 해당 농장이 공급해 충주의 한 부화장에서 부화 처리가 진행 중인 종란 67만개도 폐기토록 했으며 반경 3㎞ 이내 오리도축장을 폐쇄토록 했다. 조류독감은 알려진 혈청형만 1백35종에 달하고 변이 형태도 많아 백신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발병한 국가는 대개 도살처분하는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병에 못이겨 조류 스스로 폐사하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난 99년 발생했을 때 1천3백만마리가 폐사했으며, 83년 미국에서는 농가 보상비 등 약 4천9백만달러(5천3백억원 상당)의 경제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올해 네덜란드에서는 전체 5천만마리중 절반인 2천5백만마리가 폐사 또는 도살 처분됐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