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해 사법처리 수위에 차이를 두겠다고 공식 표명해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5일 "진상 규명에 협조하고 진실을 밝히는 기업과 협조하지 않는 기업이 있다"며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확연히 차별화된 사법처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검찰이 "경제를 생각하는 수사를 하고 있다. 협조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선처하겠다"고 언급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톤이어서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초긴장하고 있다. 차별화된 사법처리가 아킬레스 건인 비자금과 부당내부거래 등 전형적인 비리도 수사하겠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기업의 협조를 구하는 뜻은 아니다. 수사에 협조한 기업에 검찰 수사의 방향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다"는 문 기획관의 발언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특히 검찰이 이날 롯데그룹의 구조조정본부격인 경영관리본부를 압수수색하자 수사대상으로 거론된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미 계열사에 대해 한차례 압수수색을 당한 이들 그룹은 구조조정본부에도 추가 압수수색이 있을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또 그룹 총수나 사장급 임원들에 대한 소환절차가 남아 있다는 점도 기업들의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이번 발언은 현재까지 검찰수사를 받은 대기업 중 삼성 LG 현대차 롯데 등 5대그룹을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 기획관은 "압수수색한 기업과 협조하지 않는 기업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고 부인하면서도 "기업 수사가 이미 초기단계는 지났다"고 밝혀 상당한 단서를 포착했음을 내비쳤다. 반면 당초 이번주 내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대략적인 윤곽을 그려놓은 뒤 본격 사법처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검찰이 특검 재의결 등 수사외적 변수로 인해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미진한 기업수사에 속도를 내기 위한 엄포용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문 기획관은 "아직 여력이 없어 수사에 착수도 못한 기업도 많다. 나중에 보면 드러나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밝혀 기업 수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