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성적이 수험생들에게 개별통지된 2일 오전 일선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은 일순간 침묵에 휩싸였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재수생에게 열세를 면치 못한 학생들은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고등학교가 4년제가 된 게 아니냐'는 자조섞인 푸념을 하기도 했고 일부 여고생들은 성적표를 받아들자 울음을 터트렸다. 전체 원점수 평균은 올랐지만 이는 재수생들의 강세 탓으로 실제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체감하는 성적은 제자리 걸음을 했거나 오히려 낮아졌다는 게 일선 학교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고교 4학년(?) 시대' = 성적발표 결과 상위 50%의 재수생들의 평균점수가 원점수 기준 인문계와 자연계가 각각 13.6점, 18.1점 높아지자 예상한대로 `작년의 재방송'이라며 고3교실은 한숨이 가득찼다. 서울 대성고의 이재희 연구부장 교사는 "280점 이하 중상위권은 많아지고 280점이상 상위권은 대폭 줄었다"며 "수능 직후 채점한 것보다 점수가 낮게 나온 학생들도 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언어영역 17번 문제가 복수정답으로 처리되자 원래 정답을 썼던 학생들은 전체 평균이 올라 자신의 등급이 떨어졌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서울 삼성고의 송진아(18)양은 "언어영역 17번 문제의 원래정답인 ③번을 맞췄는데 ⑤번이 복수 정답으로 인정돼 전체 평균이 1점이상 오르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가채점보다 5점이 떨어진 서울 휘문고의 이모(18) 군은 "1점으로 합격이 결정되는 마당에 5점이나 떨어져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부모님, 선생님과 상의해 재수를 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재수생들은 `원하는 점수를 받았다'는 안도의 분위기 속에 각 대학의 입시요강에 따라 진로를 선택하느라 분주했다. 지난 해보다 10점이 올랐다는 재수생 양은실(19.서울 중구 신당동) 양은 "점수가 올라서 일단 안심"이라며 "목표학과를 여러 개 세워두고 학원에서 구체적인 진학상담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고의 박철규 3학년 부장교사는 "성적표를 받아 본 학생들은 가채점보다 실제 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많아 침체된 분위기"라며 "학생들의 점수분포가 공개되지 않아 입시 학원의 배치표에 의존해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 일부 고3 담당 교사들은 현행 입시체제하에서는 이같은 재수생 강세 현상이 매년 되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서울 문영여고 전수환 3학년 부장교사는 "재학생은 학기 내내 진행되는 수시 전형 등으로 면학분위기가 어수선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수능 시험에만 집중하는 재수생이 강세를 보이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고3 진학지도 `비상' = 최상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떨어지고 전체 평균점수가 올라 중상위권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재수생 강세 현상이 겹치면서 일선 고교에서는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서울 상문고의 선희영 3학년 담임교사는 "벌써부터 재수를 생각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고3 재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며 "적성을 감안하면서도 재수생 강세를 피해 대학을 선택하는 입시전략을 짜야 될 것 같다"며 난감해 했다. 상위권 재학생은 1.2학기 수시모집에 이미 합격한 학생이 많아 일선 고교에서는중상위권 학생들의 진학지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중상위권이 두터워져 비슷한 점수대가 밀집해 있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인천 연수고의 박삼이 3학년 부장교사는 "중상위권이 밀집돼 눈치 작전이 극심해질 것 같아 학과 선택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재수를 되도록 피하고 충남권 대학까지 노리는 방향으로 진학지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재수생 가운데 상위권 대학에 다니다 의대나 한의대를 가려고 재수를 하는 `반수생'의 성적 상승폭이 크다"며 "이들 반수생들이 의대 등을 가지 않고 다시 복학을 하면 오히려 서울대 합격선이 하락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또 대부분의 대학이 변환표준점수를 적용하고 가중치를 두는 영역이 달라 자신의 영역별 점수분포를 감안해 대학을 지원하는 `틈새 전략'도 세우고 있다. 서울 화곡고 이석록 교사는 "상위권 점수는 떨어지고 중위권은 올라 입시지도가상당히 어려워졌다"며 "중위권의 경우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례도 많아질 것이고 상위권은 소신지원과 재수 사이에서 큰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임주영.조성현기자 hskang@yonhapnews zoo@yonhapnews eyebrow76@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