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고심끝에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변칙증여 행위에 대한 기소를 결정했지만 향후 공판 과정에서 삼성과 검찰간에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삼성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허태학 당시 에버랜드 사장 등이기소되자 즉각 입장발표를 통해 "무죄를 확신하며 모든 진실이 법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항전' 의지를 분명히 했다. 법정에서 가장 핵심 쟁점이 될 사안은 비상장주에 대한 가치산정 문제. 삼성은 96년 당시 세법에 맞춰 비상장인 에버랜드 주식을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액면가(주당 5천원)에 50% 가량을 할증한 가격, 즉 7천700원에 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은 "에버랜드가 CB 발행과 관련해 어떤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고, 따라서 검찰의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오히려 일부 시민단체나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반박했다. 당시는 세법이 정비되지 않은 때라 비상장주에 대해선 액면가 발행이 관행이었다는 것이고, 이 점은 검찰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실제 장외거래 가격(주당 8만5천원)과 계열사 내부평가 가격(8만9천∼23만원) 등을 근거로 `헐값' 인수가 확실하며 따라서 배임액이 970억원에 달한다고 결론지었다. 가치산정을 둘러싸고 유.무죄 여부가 가려질 공산이 크기 때문에 양측은 다양한 근거자료를 들이대며 법정 다툼을 벌일 것이 확실하다. CB 배정방식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삼성측은 에버랜드가 당시 CB를 발행하면서 주주배정방식을 취했다 여의치 않자 제3자 배정방식으로 바꿨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삼성이 액면가보다 높게 팔려했으나 기존 주주들이 사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3자 배정을 통해 이씨가 취득한 주식의 비율이 높아 결국 최대주주가 바뀌었다"며 고의성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검찰이 고발후 3년6개월이 지난 뒤에야 이건희 회장이나 재용씨 등 핵심당사자가 아닌 관련자를 기소하고 공범의 공소시효를 중단시킨 조치에 대해서도 당장의 수사를 피하기 위한 편법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삼성은 "지난 3년간 정상적 업무수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를 받았다"며 "검찰로선 사건 전체에 대한 결정이 가능한 데도 우선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만 분리기소를 하는 것은 형평에 반하는 가혹한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벌의 변칙 상속.증여에 대한 검찰의 근절 의지와는 별도로 법정에서 삼성측의 빈틈없는 반박논리가 펼쳐질 경우 이번 사건이 어떻게 귀결될 지는 현재로서는 예측불가능하다.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손해액을 특정할 수 있다는게 수사팀의 확고한 입장이지만 향후 곤란한 사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형법상 배임죄 공소시효전에 기소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구조조정본부에 김용철 전무(사시 25회), 이현동 상무(사시 29회), 엄대현 상무(사시 31회)를 비롯한 검찰출신 변호사 등 12명의 인원으로 구성된 법무팀을 신설하고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부분과 관련해서는 재용씨에게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해 에버랜드측에 CB를 발행토록 하고, 삼성 계열사에는 인수권을 포기하도록 지시했는지 여부가 핵심이 되겠지만 검찰이 일단 허 사장 등에 대해서만 기소한 이상 특경가법상 배임혐의만 초점이 된채 공모 여부는 차후에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