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일 폭력시위화되고 있는 부안사태에 대해 "불법 폭력시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과 최기문 경찰청장은 이날 정부 중앙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부안 시위는 가로등을 꺼 읍내를 암흑으로 만들고 인체에 치명적인 화염병과 염산병을 무차별 투척하는 등 폭력적 파괴행위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허 장관은 "공공시설 방화 등 폭력사태가 계속된다면 정부는 그에 상응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앞으로 불법행위에 대해선 집시법이 아니라 살인미수, 공무집행 방해 등 형량이 높은 형법 차원에서 다루겠다"고 말했다. 허 장관은 위도 원전센터 주민투표와 관련,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물리적으로 연내 실시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와 함께 △부안지역 집회ㆍ시위를 주최해온 '부안군민대책위'에 엄중 경고하고 △불법ㆍ폭력시위 가담자 및 주동자ㆍ배후세력에 대해선 추적 검거 및 사법처리하며 △일부 집회ㆍ시위의 제한과 함께 현재 66개 중대인 경찰력을 75개 중대로 늘리기로 했다. 부안군민들은 그러나 '핵폐기장 백지화'를 주장하면서 이날도 면 단위 집회와 부안수협 앞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강경대응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유혈사태 등 물리적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고건 총리가 지난 19일 "금년 내라도 주민투표를 할 수 있다"고 밝혔음에도 이날 허 장관이 '연내 불가'라는 상반된 입장을 내놓음에 따라 주민들의 불신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대책위측은 "(주민투표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어떤 제안도 받은 것이 없는 만큼 연내 가능 입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연내 투표만 전제된다면 어떤 방법상의 협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허 장관이 국회 계류를 이유로 '연내 불가'를 공식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군민과 정부의 협상이나 대화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찬반투표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고 홍보기간ㆍ방식ㆍ관리기구 등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핵폐기장 추진에 찬성하는 여론을 도출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 연내 투표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