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때 여야 정치권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가 금명간 본격적으로 개시됨에 따라 정치권과 재계에 커다란 파문이 예상된다. 재계를 직접 겨냥한 검찰 수사는 대선때 정치권에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 규모를근본적으로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사 진척에 따라선 주요 대기업의 `비자금' 실상까지 속속들이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 업체 = 검찰은 이번 주초부터 기업체 관계자들을 비공개리에 소환 조사키로 했다. 검찰이 `비공개' 소환을 택한 것은 업계 동요를 줄이고, 경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책이다. 또한 검찰청사로 대기업 주요 자금담당 간부들을 직접 부른다는 게 검찰의 일관된 원칙이나 불가피한 경우 `제3의 장소'나 기업 사무실 등 현장 조사도 병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소환대상에 오른 기업은 삼성, LG, 현대차, 롯데 등 이른바 `5대 기업'과풍산, 두산 등이며, 수사 진척에 따라서는 10대 기업 이상으로 그 수가 더 늘어날가능성이 크다. 이들 기업은 주로 노무현 후보의 대선캠프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이름이 노출된업체들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쪽으로 수사가 확대되면 대상 업체가 크게 늘어나면서대기업 오너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길지 관심이 쏠린다. ◇진행 방향 = 검찰은 이미 지난주에 기업체 임직원 10여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해놓았다. 출금된 사람들은 주로 자금전달에 직접 관여한 임직원이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들을 차례로 소환, 대선때 여야 정치권에 제공된 불법 정치자금 규모를 규명하고, 이 자금이 적법하게 법인에서 나온 것인 지, 아니면 비자금에서 나온것인 지를 파악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수사의 초점이 대선자금에 맞춰져 있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기업체의 수사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 비자금쪽으로 수사의 칼날이 직접 겨냥될수도 있다. 검찰은 그간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한나라당쪽에 비해 노 캠프쪽 대선자금에대한 자료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확보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따라 검찰은 기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노 캠프쪽 대선자금의 적법성 여부를따진 뒤 한나라당쪽에 제공된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순차적으로 규명한다는 계획이다. 말하자면 노 캠프와 기업간의 불법적인 대선자금 거래를 먼저 규명하고, 다시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한나라당과의 불법 거래를 밝혀낸다는 방침이다. 물론 검찰은 한나라당이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받은 단서도 일부 포착한 상태이기 때문에 수사진행 순서가 역순이 될 수도 있다. ◇전망 = 검찰은 이번 수사가 정치권와 재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잘알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장기화될 수록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가중될 수 밖에 없고, 17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을 감안, 가급적 12월말까지는 수사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검찰로선 오는 성탄절을 마지노선으로 잡고 이달내 기업의 비자금 내지 대선자금 내역에 대한 윤곽을 잡아놓고 12월 중순엔 사법처리까지 마무리한다는 수순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업체들의 협조가 검찰의 예상보다 미온적인데다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어서 수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검찰은 단서가 구체적으로 확보된 기업체 1∼2곳에 대해 `시범적'으로기업 비자금을 캐는 수사를 발빠르게 전개할 공산이 크다. 이르면 이번 주중 일부 기업체 사무실에 대해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실시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가능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검찰은 기업체들의 `자백'이 지연될 수록 기업들에겐 그만큼 손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검찰이 보여온 강력한 수사 의지로 미뤄볼 때 예상보다 시간이 덜 걸리느냐, 더걸리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불법 대선자금의 실체를 밝혀내는 것은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