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복주 계열 경주법주의 하현팔 기술연구소장(54·상무)은 30년간 술 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술박사다. 대학 졸업 후 술 회사에 들어 와 그가 개발한 술은 무려 1백여종에 달한다. 이 중 화랑 참소주 등 20여종은 그의 히트품으로 애주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달 말 그는 화랑 개발 공적으로 한국농화학회가 새로 제정한 기술상을 수상했다. 생밀을 빻아 자연발효시킨 전통 누룩과 찹쌀만을 사용해 만든 전통 발효주 화랑은 95년 출시 이후 본거지인 대구는 물론 서울까지 시장을 넓혀가면서 매달 16만병 정도씩 꾸준히 팔리고 있다. "이제 세계에 이름을 날릴 수 있는 술을 개발해야지요.전통주로 말입니다." 하 소장은 세계 시장에서 명성을 떨칠 수 있는 술은 우리 전통주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전통주에 남다른 애착을 갖는 것은 대학졸업 후 줄곧 전통주 개발에 매달려 왔기 때문. 74년 서울대 농화학과 4학년 재학시절 선배 권유로 백화양조에 입사한 그는 76년 금복주로 자리를 옮기고 이듬해 경북대 대학원에 진학해 본격적인 술 공부에 들어갔다. 낮에는 실험실에서 술과 씨름하고 밤에는 연구서적을 10여년 뒤적이는 주경야독 끝에 그는 누룩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80년대 후반 전통주 제조법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은 그를 명실상부한 술박사로 만들었다. "발효기술을 개발하는 것 만으로 좋은 술을 만들 수 없지요.주당들의 입맛과 취향,기분까지 읽을 줄 알아야 술다운 술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 소장은 좋은 술을 개발하기 위해 항상 최상의 신체 컨디션을 유지한다. 하루에 30∼40번씩 시음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담배나 커피는 금물이다. 시제품이 나오면 그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셔 숙취가 있는지,다음 날 기분이 어떤지 체크한다. 술은 단순한 알코올 음료가 아니라 과학과 감각이 결합한 종합 예술인 셈이다. "일본이 백제에서 술 만드는 기술을 갖고 가 정종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우리를 앞서 있지요." 전통주 개발을 강조하는 그는 가장 한국적인 술을 만드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