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 대한 정의, 바람직한 리더십에 대한 논의는 조직 내 구성원의 이해관계를 들여다보는 작업에서 출발해야 한다. 다시 말해 그 조직이 회사라면 '나는 왜, 또 너는 왜 회사에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해야 한다. '나는 왜 회사에 입사해서 일을 하고 있는가.' 우선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또 자아실현 같은 거북한 말은 아니더라도 어찌됐건 뭔가 발전을 도모해 보다 나은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는 왜 나를 고용해 일을 시키고 급여를 주는가.' 회사도 내가 갖고 있는 노동력이나 지식, 그런 것들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 나아가 회사가 추구하는 공익적인 목적을 고용된 사람들을 통해 달성하고자 한다. 즉 조직 공통의 목적이 있지만,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가장 우선적으로 먼저 추구하고 가장 중요한 과제로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이런 측면에서 구성원은 서로 다른 꿈을 꾸고 있다. 리더는 이처럼 서로 다른 꿈을 꾸는, 동상이몽의 구성원을 하나의 방향(조직의 목적)으로 모여 나아가게 하는 사람이다. 로버트 그린리프는 이런 관점에서 리더가 어떤 행동을 보여야 하는가에 대해 크게 깨달은 사람이다. 그는 헤르만 헤세의 소설 (Journey to the East)를 통해 이 같은 리더의 모습을 발견한다. '우리들 각자는 공동의 이상과 목적을 따르고 있고 또 공동의 깃발 아래 싸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자신만의 순수한 어린아이다운 꿈을 가장 내면적인 힘으로 또 궁극적인 위안으로 자기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순례단에 대한 헤세의 묘사는 그대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을 상징한다. 어떤 조직이든 공동의 이상과 목적이 있지만, 그 구성원에게는 각자의 순수한 꿈이 있다.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또한 순수한 꿈이다. 그것이 가장 내면적인 힘이며 동시에 궁극적인 위안이다. 이런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본질적 모습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은 리더십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카리스마가 있는지 없는지를 떠올린다. 그러나 왜곡된 카리스마형 리더의 모습은 구성원을 조직의 목적을 향해 거침없이 몰아가는 권위적인 인물로 형상화돼 있다. 물론 리더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리더의 가장 본질적 특성은 아니다. 무엇을 통해 리더의 카리스마가 생기는지를 따져 봐도 그렇다. 행동이 단호하면 카리스마가 생기는가, 거칠게 몰아붙이며 목소리를 높이면 카리스마가 생기는가, 강렬한 눈빛으로 호소하면 카리스마가 생기는가. 이렇게 따져 보면 결국 종착은 '솔선수범의 봉사'를 보일 때 카리스마도 생겨난다는데 이른다. 모양새나 언변으로 구축한 카리스마는 토대가 약하다. 스스로 앞장서 봉사하는 자세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긴가민가한 카리스마가 가장 강력한 카리스마가 된다. 그린리프는 먼저 앞장서 봉사하는 자세로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라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리더십의 본질은 봉사에 있음을 설파했다. '봉사의 법칙 말입니다. 오래 살기를 원하는 자는 봉사를 해야 합니다. 그러니 지배하기를 원하는 자는 오래 살지 못합니다.' 동방으로 향하는 순례단의 하인인 동시에 정신적 지주인 레오가 토해내는 이 대목에서 리더십을 본질을 찾아낸 것이다. 그린리프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소도시에 태어났다. 그의 문제의식은 노동문제의 사회학이라는 대학 강의시간에 들은 교수의 지적에서 비롯됐다. "이 나라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점차 큰 기관, 즉 교회ㆍ기업ㆍ정부ㆍ노동조합ㆍ대학 같은 기관들이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는데, 이들 비대해진 기관이 우리를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다(not serving)는 점입니다." 요지는 제대로 취급하는 사람이 진정한 리더라는 얘기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오늘의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뽑아준 유권자를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국회의원, 회사의 일원으로 일하면서도 구성원을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경영자, 고객이 있음으로써 돈을 버는데도 고객을 제대로 취급하지 않는 기업, 말로만 봉사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교회를 생각하는 목회자 등은 진정한 리더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린리프는 대학을 졸업한 후 AT&T에 입사하면서 거대 조직의 진화과정과 조직 구성원의 개인적인 행동과 조직행동에 대해 연구했다. 이후 이 회사의 경영연구소 소장으로서 하버드, MIT 등의 비즈니스스쿨에서 리더십을 강의했으며 말년에는 그린리프센터를 설립, 진정한 리더십을 꾸준히 전파함으로써 미국 리더십 연구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한광모 엘테크신뢰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 [ 엘테크 브레인스토밍 ] 구성원 마음 움직이는 리더십 필요 훌륭한 일터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사고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해 먼저 ‘이끌어야(leading)한다’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먼저 솔선해서 제대로 취급해주는(Serving) 관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순간 진정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카리스마는 내가 어떤 행동, 리더십 행태를 보임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카리스마는 솔선수범하는 행동을 보일 때 남들이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린리프의 리더십에 대한 철학은 그런 것이다.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오늘날 훌륭한 기업문화가 있는 일류기업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경영의 현장 구석구석에서 실천되고 있다. 훌륭한 일터의 대명사인 미국의 ‘포천 100대 기업’ 중에서는 3분의 1 이상이 그린리프의 리더십 철학에 기초해 조직의 리더십을 정립하고 있다. 오늘날 경영의 그루라고 얘기되는 피터 드러커, 피터 셍게, 켄 블랜차드, 스티븐 코비 등은 모두 많건 적건 그린리프의 리더십 철학에 영향받았다. 그들은 미국 인디애나주에 설립된 그린리프센터와 연계돼 있으며 이곳에서 매년 개최하는 국제 콘퍼런스에도 참가한다. 콘퍼런스에 참여하는 교수, 컨설턴트, 기업인의 수가 늘어나면서 그린리프의 리더십 철학은 사회적 공감대를 얻어 기업은 물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경제ㆍ경영 베스트셀러가 됐던 짐 콜린스의 저서 (Good to Great)에는 ‘단계5의 리더십’이라는 정의가 나온다. 가장 높은 차원의 리더십은 ‘먼저 다른 사람에게 봉사하고 헌신하는 가운데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 조직의 목표를 달성해가는 리더십으로 구성원에게 지시하기 전에 먼저 대화를 통해 업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그들이 업무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장애요인들을 제거해주며 필요한 전문적 지원을 강화하는 리더십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