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공관 100m 이내 집회금지'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마자 시민.사회단체들이 기다렸다는 듯 줄줄이 경찰에 집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노조측의 집회.시위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측의 `방어집회' 신고도 이어지는 등 집회장소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한편 2개의 보수단체는 1년 단위로 4차례에 걸쳐 번갈아가며 주한미국 대사관주변에다 집회신고를 냈고 대사관 주변 집회를 2007년까지 독점함에 따라 집회목적의 타당성과 절차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미 대사관을 포함해 외국공관들이 몰려있는 광화문,세종로,태평로 일대를 관할하는 종로.남대문 경찰서는 위헌결정이 내려지자 30∼31일에만 무려 50여건의 집회신고가 접수됐다고 31일 밝혔다. 미 대사관을 둘러싼 주변도로 뿐 아니라 대사관 인근 KT건물 앞에 집회신고가 이어졌고, 교보빌딩에 입주한 호주.뉴질랜드 대사관 때문에 집회금지 장소가 됐던 광화문 교보문교 앞도 주요 타깃이 됐다. 또 파나마 대사관이 입주해있는 노스게이트 빌딩(구 현대상선 빌딩) 옆 정부종합청사 주변과 칠레대사관이 입주한 흥국생명빌딩, 종로구 통의동 중국대사관 주변에도 집회신고가 쇄도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집회신고는 위헌결정이 난 30일 오후 4시30분께부터 이어졌고, 동일장소에 집회신고를 냈을 경우 먼저 신고를 낸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종로경찰서는경찰서 방문접수 시간을 근거로 도착순서에 따라 순번을 정해주는 절차를 밟았다. 특히 집회 신고 단체들은 대개 모두 1년 이상 단위로 장기간 집회신고서를 제출해 대사관 주변 집회에 대한 선점 의지를 불태웠고 기업과 노조,사회단체간의 선점경쟁도 치열했다. 미 대사관 주변 집회는 노조집회에 대응한 방어집회 차원으로 대림산업이 먼저선점했으나 대사관 주변 도로를 행진한다는 계획을 취소하고 대림산업 정.후문에서만 집회를 하겠다고 재신고함에 따라 보수단체들이 대사관 주변 빈자리를 재빨리 챙겼다. 보수단체인 반핵반김국민대회청년본부는 `주한 미군철수 반대를 위한 국민모임'명칭으로 문화관광부 앞에서 내년말까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고 주한 미대사관을둘러싼 도로를 행진하겠다고 추가해 대사관 주변 집회를 독점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인 민주참여네티즌연대는 `주한미군 재배치 철회를 위한 집회'를 같은 방식으로 신고해 2005년말까지 미 대사관 주변 집회를 선점했다. 두 단체는 이어 번갈아가며 2006년,2007년까지 1년 단위로 같은 방식으로 집회신고를 내 무려 4년여동안 미 대사관 주변 집회를 독점하게 됐다. 민주노동당도 세종문화회관 앞, 정부중앙청사 별관 앞, 광화문 전화국 앞 등 3곳에 `올바른 한미관계 쟁취를 위한 집회' 명칭으로 내년 12월31일까지 재빨리 집회신고를 냈다. 파나마 대사관이 들어선 노스게이트 빌딩과 칠레대사관이 입주한 흥국생명 빌딩도 각각 회사측이 건물 주변에 집회신고를 냈고 미 대사관 뒤편 이마빌딩도 근무환경 개선 명목으로 빌딩건물 전후와 인도를 집회장소로 신고했다. SK와 현대건설도 각각 `환경거리 캠페인', `환경개선을 위한 집회' 명목으로 내년말까지 본사 사옥 주변에 집회신고를 냈다. 또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생명 건물 주변지역도 기업과 노조의 치열한 선점경쟁이 빚어졌다. 삼성생명 건물에 엘살바도르 대사관이 입주해있기 때문에 위헌결정이 나자마자삼성생명과 삼성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가 거의 동시에 집회신고를 했다. 삼성생명측의 신고가 한발 빨라 빌딩 주변 장소는 2004년말까지 삼성생명이 선점했고, 삼성생명해복투는 삼성본관, 삼성생명 빌딩 주변으로 2005년부터 2008년말까지 집회를 신고했다. 영국대사관 뒤편 조선일보 빌딩 주변에는 전국언론노조도 올해 말까지 집회신고를 냈고 조선일보측에서는 내년 1∼3월까지 신고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러나 "이번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외교기관 인근의집회가 모두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공안녕 질서에 위협을 가할 경우 집회를 사전.사후에 금지할 수 있다는 집시법 규정은 여전히 효력이 있으므로 이번 결정을 곧바로 외교기관 인근의 집회에 대한 전면 허용으로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외교공관 100m 이내 집회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결정이 나면서 사회단체들의 집회선점 경쟁이 치열했다"며 "집회신고를 낸 단체들이 아무쪼록 평화적인 집회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윤섭.안희기자 jamin74@yna.co.kr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