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로 개발된 신소재가 한국 시장보다는 일본 시장에서 먼저 인정받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경기도 안양 소재 ㈜미다스의 김병만 기술개발연구원 원장은 중소 벤처기업들과 손잡고 신소재를 개발하는 전문 발명가다. 김 원장이 최근 개발해 생산에 들어간 물에 녹는 필름은 국내 관련시장(연간 1천억원)을 독식하고 있는 일본 제품보다 품질과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일본에서부터 받고 있다. 김 원장은 국내 시장의 현실에 불만이 많다. "일본에선 기술력만 인정받으면 시장이 바로 열리는데 한국에선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기존 거래관계를 뛰어넘기가 워낙 힘들다보니 우리 신기술이 외국에서 상품화되는 경우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는 "일본 제품이 섭씨 20도에서 녹아 실용성이 떨어지는 반면 미다스 제품은 40도의 높은 온도에서 녹으면서도 완벽하게 재활용되기 때문에 일본 관련기업들이 제휴 제의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신개발 기술을 일본 기업들에 전문적으로 소개해주는 기술중개회사인 'J네트'측과 독점거래 계약을 체결했고 연말까지 일본 자금을 유치해 대량생산체제를 갖춘다. 화학을 전공한 김 원장이 이 분야 신소재 개발에 매달린 집념은 국내 웬만한 화학업체들과 종사자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중학교 담임선생이 진학을 권유한 서울북공업고의 화공학과가 그림 그리는 곳인 줄 알았다는 김 원장의 기술장이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울대 농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8년간 연구원 생활을 한 김 원장은 1985년 연구원(KBM 신소재개발연구원)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게 된다. 이때부터 업체들의 의뢰를 받아 히트 상품들을 시리즈로 뽑아내기 시작했다. 시중 문구점에서 흔한 딱풀이 그의 손에서 빚어졌다. 10년 전에 만든 제품으로 지금도 베스트셀러다. 김서림 방지 필름으로 운전자들의 시야를 확보해 주고 1회용 종이 물수건으로 음식점 주인의 일손을 덜어줬다. 김 원장이 지금까지 개발한 제품은 무려 3백여개. 이 중 50개 가량이 상품화돼 시장에 진출했다. 1년에 30개를 개발한 셈인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소재 개발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양이다. 김 원장은 "개발품을 거저 주기도 하고 사기도 많이 당해 보니 기술만으로 돈을 버는 게 아니라는 걸 예전에 깨우쳤다"며 이제 돈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두 아들 중 장남이 서울대 화학전공 박사과정을 밟으며 기술 2대를 잇고 있다. 김희영 기자 songki@hankyung.com 친환경적인 신소재 필름이 개발됐지만 정부 기관이나 민간 수요업체들이 기존 제품만 선호하는 바람에 오히려 일본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중화제 없는 퍼머약으로 소비자들이 한결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