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20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권노갑 민주당 전 고문 사건과 관련, 검찰이 증인으로 신청한 변호사 두명이 모두 법정 출석을 사실상 거부, 고 정몽헌 회장과 김영완씨 진술서의 증거능력에 대한 공방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지법 형사3단독 황한식 부장판사는 29일 "전날 재판에서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조준형 변호사의 진술서는 '정회장의 검찰 진술은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이뤄졌으며 변호인의 입회도 이뤄졌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이 사건과 관련, 정 회장의 대검 조사과정에 동행했던 인물이다. 김영완씨 변호인인 이용성 변호사도 지난 21일 법원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김씨가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는 강압적이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성됐고 변호인은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유지할 의무와 진술거부권이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변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증인으로 신청된 이들이 모두 간접적으로 증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검찰의 대응 방안은 물론, 재판부의 판단도 주목된다. 검찰은 권씨 변호인측이 정회장과 김씨의 진술서에 대해 모두 증거 부동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본인이나 변호인의 증언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변호인들의 증언 거부로 향후 공판 과정에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더욱이 권씨와 이익치씨가 서로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정회장과 김씨 진술의 진위여부는 결정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들 두 변호사는 현대 비자금 150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지원씨 사건 재판의 증인으로도 신청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황 부장판사는 "변호인은 직무상 알게된 비밀을 본인 허락 없이 말하지 않을 의무와 권리가 있지만 가급적 법정에 나와 증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증거능력 공방이 치열해짐에 따라 재판부가 기일 일괄지정제를 통해 내달 4일 결심하려던 계획도 무산됐다. 황 부장판사는 "신속한 재판도 중요하지만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일단 가능한 모든 증거조사를 해볼 계획"이라고 말해 재판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