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해때 도와주신 여러분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태풍 '매미'로 고립됐던 강원도 정선군 북면 봉정리 주민들이 27일 마을회관에서 '태풍피해시 도와주신 분들을 위한 감사잔치'를 열었다. 이날 새마을부녀회 등 정선지역 사회단체 100여명을 마을로 초청한 봉정리 주민들은 마음도 몸도 들떠있었다. 수해가 휩쓸고 지나간 마을 곳곳에는 가을걷이 등 아직도 할 일이 태산이었지만 손님을 초청한 이날 하루만은 마을주민 모두가 곱게 차려입었다. 그리고 삽과 낫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메밀, 참기름, 들기름, 깨 등 아껴두었던 양념을 들고 마을회관에 모였다. 메밀 지짐이를 부치던 배옥연(68) 할머니는 "부침개는 따뜻할 때 맛이 최고야.원래 봉정리는 매밀, 수수, 콩 등 안되는 잡곡이 없었어"라며 연실 음식을 권했다. 수해로 침수됐던 집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이민자(66) 할머니는 "서울에서 온사람들, 교회에서 온 사람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집 손질에 정신이 없었을거야. 너무 고마워서 인사를 하고 싶었는데 노인네들이 전화번호를 알아야지. 그래서 오늘 잔치를 열었어"라고 말했다. 마을잔치가 열린 이날 봉정리 마을회관은 확성기에서 오랜만에 흥겨운 가락이 흐르는 가운데 돼지머리 안주에 소주 한 잔으로 얼큰해진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봉정마을 이문규 이장은 "길이 멀고 험해 많은 분들을 초청하지 못해 아쉽지만 주민 모두는 지난 수해때 따뜻한 손길을 주신 모든 분들을 마음속 깊이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