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막으라고 총장이 있는 것이다." 송광수 검찰총장이 24일 '당에 대한 계좌추적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의 발언과 관련,"수사에 압력으로 느끼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밝힌 말이다. 송 총장은 나아가 "(최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원칙대로 수사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수사의지를 재천명했다. 현대·SK비자금 사건 등과 관련해 검찰의 행보가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에 서 있는 인물이 바로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앙수사부장이다. 올초 서열파괴 인사 와중에 총장에 임명된 송 총장은 "원칙대로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특히 최근 SK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을 잇달아 구속하고 정치권에 대해서도 칼을 빼드는 등 '홀로서기'를 감행하고 있다.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전격적인 사전 구속영장 청구에서도 송 총장의 원칙수사 의지는 엿볼 수 있다. 송 교수 사법처리를 둘러싸고 노 대통령과 검찰 지휘권을 가진 강금실 법무장관이 사실상 반대입장을 보인 것에 개의치 않고 검찰은 "송 교수가 반성의 빛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구속수사'라는 초강수를 뒀다. 송 총장이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밝힌 "죽은 정권뿐 아니라 살아있는 정권에 대해서도 엄정한 법 집행을 할 것"이라는 말이 단순한 '립 서비스'가 아니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서울지검의 굿모닝시티 비리 수사 때에도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 조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이 시끄러웠다. 당시 송 총장은 "드러나는 것은 철저히 조사해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짧게 한마디만 했다. 송 총장은 굿모닝시티 수사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일선 검사들은 이를 '담당검사들이 알아서 하라'는 메시지로 해석했다. 송 총장은 지난 4월 취임하면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개혁의 핵심이자 궁극적 목표는 검찰의 중립과 수사의 독립"이라며 "우리의 잣대가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판단하자"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참여정부 들어 검찰은 첩보가 입수되고 혐의가 입증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든 법에 따라 사법처리하겠다는 수사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검찰의 숙원인 '정치적 독립'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검찰의 홀로서기 시도에 대해 '부정과 비리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가뜩이나 어지러운 국정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부정적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SK수사가 어떻게 결론날지가 국민들이 검찰 독립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