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와 숨진 아들을 위해 대학에 억대 장학금을 흔쾌히 내놓은 사람들이 있어 쌀쌀한 가을 날씨 속에서도 온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화여대에 1억원을 낸 정명숙(69) 전 이화여대 과학교육과 교수와 연세대에 3억원을 기탁한 김준손(81) 할머니. 정확히 50년 전인 1953년 전체 수석으로 이대 과학교육과(화학 전공)에 입학했던 정 전 교수는 최근 50년 만에 다시 화학과 입학생이 자연과학대 수석으로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수 화학도 양성에 써달라며 1억원을 쾌척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이대 수시1학기 모집에서 자연과학대에 수석합격한 이윤진(17.화학 전공)양이 장학금 1천만원의 첫 수혜자가 됐다. 정씨는 "학교에 있을 때나 떠난 뒤에나 화학과에서 수석 입학생이 안 나오나 하고 기대했었고 그런 후배가 있으면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꼭 50년 만에 이런 경사가 나서 너무 기쁜 마음에 장학금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윤진이에게 앞으로 유학을 갈 때에 대비해 어학 공부를 할 것을 권유하며 1년 간 그 비용을 대기로 했다"면서 "이 두 가지 특전을 주면서 윤진이한테 중도에 포기하지 말아줄 것과 꼭 이대 출신 첫 노벨상 수상자가 돼달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정 전 교수의 기탁금은 앞으로 화학 및 과학교육과 화학 전공생 중 수석 입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쓰인다. 정씨는 이대 정교수로 근무하던 지난 87년 건강이 악화돼 은퇴했으며 이후 별다른 사회활동은 해오지 않았다. 또 김준손 할머니는 23일 연대 재학 중 숨진 아들의 이름을 딴 장학기금(이정일장학기금)으로 3억원을 흔쾌히 내놓았다. 할머니의 아들인 고 이정일씨는 지난 65년 건축공학과에 입학했으나 졸업을 한달여 앞둔 69년 등반 도중 사고로 숨졌다. 김 할머니는 "학교 사랑이 남달랐던 아들 역시 돈을 많이 벌어 모교에 장학금을내고 싶어했다"며 "살던 집을 팔아 장만한 이 장학금이 아들의 못 다한 꿈을 후배들이 이루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지난 2000년부터도 장학금을 조금씩 학교에 내왔다. 연대는 김 할머니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한편 이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으로 내년 1학기부터 건축공학 전공자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학기별로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