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제 폐지를 위한 민법개정안 국무회의 심의가 잇따라 연기되면서 여성부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민법개정안은 22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고건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가장 중요한 안건 중 하나로 상정됐으나 "상정 안건이 많아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없다"는 이유로 심의가 내주 국무회의로 연기됐다. 이 안은 지난 15일 청와대 국무회의 때도 상정될 예정이었다가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상정 자체가 이날로 미뤄졌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차관회의를 통과했으므로 심의했으면 좋겠다"고 밀어붙였지만, 고 총리는 "호주제 폐지시 가족이 상실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좀 더 논의해봐야 한다"며 심의를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여성부는 국무회의 직후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시간이 부족해 심의가한주 연기된 것일 뿐"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자꾸 늦춰지자 적잖이 난처해 하는 모습이다. 여성부의 한 관계자는 "중요한 안건이긴 하나 충분한 논의를 거친만큼 오늘 국무회의에서는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했다. 법안 심의가 자꾸 늦춰지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 호주제 폐지에 대한 국민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위원들 간의 견해차가 여전한 것 아니냐는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고 총리가 이날 국무회의에서 "호주제 폐지시 '가족 상실' 문제가 생긴다"고 언급한 것은 여성부가 그동안 내세워 왔던 호주제 폐지 정당성의 근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애량 여성부 정책실장은 "호주제 폐지 방침에 대해서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관계부처 장관들이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추상적인 '가족' 개념에만 매달려 있다. 호주제의 개념, 폐지의 정당성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데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설사 내주 국무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총선에 최근 재신임 정국까지 맞물리면서 연내 국회 처리가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도 여성부로서는부담이다. 김애량 실장은 "다음주 법안 심의 후 가능한 이달 내, 최대한 빨리 국회에 상정되도록 할 것"이라며 "올 회기내 처리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