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가 11월중 수사 종결을 목표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수사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장기화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검찰은 수사가 마냥 길어질 경우 재신임 정국과 맞물리면서 향후 정치 상황에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속전속결식 수사를 벌였지만 예상치못한 변수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검찰은 특히 작년 대선 직전에 SK로부터 10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에 대한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어 조바심을 내고 있다. 검찰은 당초 1∼2차례 정도만 조사하면 100억원의 수수 경위 및 사용처가 대략적으로 밝혀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 의원이 100억원을 받은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나서면서 수사가 벽에 부딪친 상황이다. 더욱이 20일 세번째로 검찰에 출석할 예정이었던 최 의원이 어지럼증을 느낀다는 이유로 소환을 하루 연기해달라고 요청, 향후 최 의원의 건강 상태도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 의원이 지난 17일 검찰에 두번째 소환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몸이 아파서..."라고 언급한 후 `건강이상설'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3차 소환조사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 최 의원이 건강을 이유로 출석에 불응했다는 소식을 접한 검찰 수사팀 관계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큰일났다"고 말한 것은 묘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내주중 SK로부터 비자금 수수한 혐의가 드러난 여야 정치인 2∼3명에 대한 소환조사가 예정돼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수사팀 관계자의 언급은 이중 야당 정치인은 최의원의 100억원과 모종의 관련성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검찰은 "이들 정치인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고 뇌물이나알선수재 적용도 가능하다"고 언급해 대가성 부분에 대한 수사가 상당히 진척됐음을시사했다. 반면 검찰은 지난 15일 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던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에 대해서는 사용처 규명 등과 관련해 상당한 속도로 보강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최씨의 1차 구속 만기일인 오는 24일께 그간 수사진행 상황에 대한 언론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으며, 최씨를 상대로 추가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보강조사를거쳐 내달초 최씨를 구속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손길승 회장과 최씨의 중간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부산지역 금융권 거물인사인 이영노(63)씨가 지난달 중풍으로 쓰러져 병세가 좀처럼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수사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이 지난 8월 노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박연차씨가 회장으로 있는 태광실업 이모 전 상무를 전격 소환조사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최씨의추가 비리가 드러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전 상무에 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진 시점이 검찰이 최씨의 비리 첩보를입수하고 출금 조치를 내렸던 지난 9월2일보다 앞서 있다는 점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는 검찰이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비리 의혹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는 등장기간에 걸쳐 내사를 벌였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최씨 외 다른 측근 인사들의 비리혐의가 추가로 드러날지 향후 검찰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계창 기자 phillif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