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뜻에서 한 자원봉사인데 그 결과로 평생장애를 갖고 살아야 한다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만 듭니다" 태풍 루사는 지나간지 오래지만, 수해복구를 위한 자원봉사를 하다가 두 발뒤꿈치가 부서지는 사고를 당하고 병상 생활을 해야 하는 신용섭(44.충북 청주)씨. 20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을지병원의 병상에서 만난 신씨는 핏기없는 얼굴에 다리에 깁스를 한 채 외롭게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지난해 9월9일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강원도 강릉시 옥천동 교동초교앞 도로. 주유소를 경영하다 빚보증을 잘못서는 바람에 IMF 외환위기 이래 5년여간 막노동판을 헤매던 신씨는 대형 급수차량을 운행하는 회사에 갓 취직이 돼 회사 대표로자원봉사활동에 나섰던 것. 20cm 두께로 토사가 잔뜩 쌓인 도로 중턱의 대형 살수차 위에 올라가 토사를 걷어내고 있던 신씨는 도로 경사 때문에 갑자기 살수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뛰어내려함께 작업을 하고 있던 다른 봉사자들이 다치지 않도록 운전석에 올라 차량을 정지시켰다. 신씨 덕분에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그는 두 발꿈치가 완전히 부서지는 부상을 당해 인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다. 올해 6월 관할 지자체 자치행정과 직원들은 그를 족부전문병원인 서울의 을지병원으로 이송시켜 그는 또 한차례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도 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아야 하는 신씨는 현재 난관에 부딪혀 있다. 자원봉사활동을 하다 상해를 당했지만 원래 보험가입이 돼있지 않았던 데다 그를 `의인'(義人) 대접하면서 치료비를 약속했던 관할 지자체는 그후 감감무소식이라병원측으로부터 매일 치료비 독촉과 함께 퇴원을 종용당하고 있기 때문. 장애 5급으로 앞으로 평생 목발을 짚고 걸어야 하며 오래 걷지도 못하는 데다,두 아들과 함께 고향 청주에서 식당일 등으로 간신히 생계만 이어가고 있는 아내는이혼까지 요구하고 있다. 신씨는 "태풍 루사 수해복구현장에 자원봉사자들이 없었다면 주민들의 고통과복구시간은 훨씬 길어졌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원봉사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면 다치거나 희생된 사람은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온 국민이 참여하는 자원봉사활동의 시발점이 된 태풍 루사 피해복구 현장에는전국에서 단체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나홀로 봉사, 학생, 가족단위, 전문 분야 봉사단 등 15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이중 상해를 당한 이들의 소식은 종종 들려왔지만 이들의 숫자는 집계조차 돼있지 않은 실정이다. 행정자치부는 올해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의 자원봉사센터를 통해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 등록을 하면 전원 상해보험에 가입시켜주는 제도를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신씨와 같이 태풍루사 복구현장에서 상해를 당한 자원봉사자들은 지자체가 들어주는 상해보험 수혜자가 되지도 못하고, 보상금은 커녕 치료비조차 지원받지못하고 있다. 행자부 민간협력과 관계자는 "태풍 루사 당시는 처음으로 자원봉사자가 나섰던상황이라 상해 봉사자들에 대한 제도적 배려를 할 수 없었다"면서 "현행 지자체 조례 차원에 머물러있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지원을 법률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할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