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케(INKE·한민족 글로벌 벤처 네트워크)에 참석했던 기업인들은 올해 인케 행사장에서도 어김없이 강연을 열심히 듣고 있는 한 일본기업인을 볼 수 있다. 올해로 3년째 인케에 참석하고 있는 하세가와 히로카즈씨. 일본의 불상제조기업인 하세가와사의 대표다. "한국 벤처산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벤처산업이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죠.한국과 가까이 있는 규슈도 한국의 벤처업계와 좋은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세가와 대표는 해마다 대규모 참석자들을 대동한다. 올해는 그가 속해 활동하고 있는 규슈지역 경제단체인 규슈NBC의 소속기업인 25명과 함께 왔다. 이번 기회에 본격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야겠다는 게 하세가와 대표의 생각이다. 3년째 참석하는 만큼 인케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점수를 매겼다. "올해는 프로그램 내용이 무척 좋았습니다.초창기에는 다소 빈약한 감이 있었는데 올해는 수출상담회나 포럼이 알찼고 토론도 어느 때보다 열띠게 진행됐습니다." 옆에 있던 한 일본 기업인이 "배울 점이 많다 보니 각종 포럼이나 강연이 열리는 동안 일본인 참석자중 한 사람도 중간에 자리를 뜬 사람이 없었다"고 귀띔한다. 하세가와 대표는 한국 벤처의 일본진출에 대해서도 충고를 잊지 않았다. "일본의 원천기술과 한국 벤처기업의 응용기술은 시너지효과를 발휘하기에 적합합니다.하지만 일본기업 특유의 섬세함과 기술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일본진출이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세가와 대표가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0년대 초반.규슈 청년회의소에 소속돼 있으면서 부산 청년회의소와 교류를 맺게 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불상 제조사업을 하면서 한국기업과 제휴를 맺게 되고 동반으로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다. 하세가와 대표는 내년에도 어김없이 인케 총회를 찾을 예정이다. "인케를 통해 배울 점이 많다"는 그는 "한국의 벤처기업인들과 어울리는 것도 남다른 재미"라며 웃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