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형 폭발 화재로 긴급 대피한 호남석유화학 인근 주민들은 개천절 '국경일 밤'을 체육관에서 보내야만 했다. 이들은 불이 완전히 꺼졌다는 시청직원들의 말에도 귀가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남 여수시 중흥동과 평여, 남수동 주민 350여명이 '꽝'하는 폭발소리를 듣는 시각은 한참 가족들의 저녁을 준비할 오후 6시5분께. 평화롭고 조용하게 보내고 있던 국경일 초저녁이 이 한방의 폭발음에 주민들은 혼비백산,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놀라 뛰쳐 나온 뒤 바라보는 공장 주변에는 시뻘건 불길과 함께 연기가 치솟고 여기저기서 뛰쳐 나온 주민들의 얼굴에는 공포 그 자체였다. 1시간여뒤 시청과 인접공장에서 긴급 동원한 버스를 타고, 산단을 급히 빠져 나갈 때야 비로소 긴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흥국체육관에서 5시간 이상을 보낸 주민들은 시청에서 제공한 스티로폼과 침구를 체육관 바닥에 깔면서 허기진 배를 빵과 우유로 달랬다. 주민 안진섭(44.여수시 중흥동)씨는 "굉음과 함께 유리창이 흔들리고 연기가 치솟던 아수라장을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떨려 집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모르니 산단주변에서 불안해서 살겠느냐"며 "늦어지기만 하고 있는 산단이주 대책에 대해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여수=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sangwon7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