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을 부실하게 운영,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수천억원을 사기대출 받거나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 등으로 부실기업주와 부실금융회사 임ㆍ직원들이 대거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에 구속기소된 부실기업주는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박창호 전 갑을그룹 회장, 최진강 전 대산건설 대표, 노진각 ㈜동신 회장 등 18명이며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등 16명은 불구속기소됐다.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반장 김수남 중수3과장)은 29일 이같은 내용의 6개 부실기업군에 대한 공적자금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들 부실기업이 분식회계를 통해 금융회사로부터 1조9천여억원의 사기대출을 벌였으며 이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4조1천여억원의 부실채권을 떠안게 돼 결국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했다고 밝혔다. ◆ 주식투자 등 개인용도로 전용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실기업주는 공적자금을 빼돌려 주식ㆍ벤처투자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으며 일부 신용금고의 임직원은 돈을 받고 부실대출에 앞장서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로그룹은 화의채무 이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동산 매각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대부분을 임원 접대비 등으로 무단 사용했다. 비자금 중 3억원은 임원 22명이 나눠 벤처기업에 투자했으며 일부는 아파트 분양청약금 등으로 사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회생을 위해 화의가 개시된 이후 화의기업 임직원들이 기업회생에 진력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자금을 유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함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합 장 전 회장(71)은 98년말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자금관리단 파견이 예상되자 공금 7억5천만원을 빼내 쓰는가 하면 계열사 자금 30억원을 자신의 처가 상임이사로 있는 모 선교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영 전 법정관리인 조왕제씨(66)는 97년 7월 건영 전 이사 이금용씨(61)와 함께 감독기관인 법원 몰래 공사비 과대계상 등의 방법으로 5억원의 장부외자금을 조성해 그 중 3억원을 주택재개발조합장 전진홍씨(62)에게 뇌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동신의 노 회장(43)은 열린금고로부터 93억원 상당의 대출사기를 벌였으며 여기에는 열린상호신용금고 임직원이 대거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노 회장은 지난 2000년 5월 전 열린금고 대표이사인 손성호씨를 부회장으로 영입, 열린금고에 대한 대출창구로 삼아 다양한 사기수법을 동원해 금고를 부실화시켰다. ◆ 향후 수사계획 =검찰은 공적자금 투입을 유발한 S N D사 등 10여개 부실기업주와 불법대출에 연루된 금융회사 임직원 등 79명을 출국금지하고 공적자금 배분 및 회수과정에서의 제반 비리와 정ㆍ관계 금품로비에 대해 계속 수사키로 했다. 검찰은 지난 2001년 12월 합동단속반 발족 이후 지금까지 공적자금비리 사범 1백45명(65명 구속, 68명 불구속, 11명 수배, 1명 수사중)을 적발하고 공적자금 4백18억8천8백만원을 회수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