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이 29일 발표한 공적자금비리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회생을 위해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법정관리.화의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는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외환위기 이후 98년 3월 사실상 첫 화의인가를 받은 진로그룹은 화의채무 이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동산 매각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는 방법으로 15억원의 비자금을 조성, 대부분을 임원 접대비 등으로 무단 사용했다. 진로 경영진은 비자금 중 3억원은 임원 22명이 나눠 벤처기업에 투자했으며, 특히 부사장 한봉환(55.구속)씨는 그중 5억원을 개인 주식투자금으로 사용하고 수천만원은 아파트 분양청약금 등으로 사용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회생을 위해 화의가 개시된 이후 화의기업 임직원들이 기업회생에 진력하지 않고 오히려 회사금을 유용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개인적으로 유용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함을 전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고합 장치혁(71.불구속) 전 회장은 98년말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 자금관리단 파견이 예상되자 공금 7억5천만원을 빼내 쓰는가 하면, 계열사 자금 30억원을 자신의 처가 상임이사로 있는 모 선교재단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도덕 불감증은 법원에서 믿고 기업 회생을 맡긴 법정관리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건영 전 법정관리인 조왕제(66.불구속)씨는 97년 7월 건영 전 이사 이금용(61.구속)씨와 함께 감독기관인 법원 몰래 공사비 과대계상 등의 방법으로 5억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해 그 중 3억원을 주택재개발조합장 전진홍(62.구속)씨에게 뇌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금융기관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열린금고 전 대표 손성호(52.구속)씨는 동신그룹 회장 노진각(43.구속)씨에 의해 동신 부회장으로 영입된 뒤 과거 직위를 악용, 자신이 몸담았던 열린금고를 상대로 동신측의 사기대출을 도왔으며, 동신 영입 이전에도 대출사례금 2천500만원을 받고 불법대출을 해줬다. 열린금고의 경우 여신담당 이사, 총무이사, 여신과장, 여신대리가 모두 불법대출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져 제2금융권 임직원들의 자질 및 윤리의식에 심각한 문제점이 대두됐다. 수사 관계자는 "법원에 기업경영을 맡긴 법정관리와 달리 경영자가 계속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한 화의의 경우 경영자들의 경영감시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