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아랫배가 아프면서 설사를 하거나 변비를 참을 수 없는 상태가 장기간 계속되면 심각한 질환이 아닐까 두려워진다. 검사 결과 신체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서 이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었다면 과민성 장 증후군이란 판정을 받게 된다. 이처럼 과민성 장 증후군은 소장이나 대장의 기능 이상으로 배변습관이 바뀌면서 복통이 유발되는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20% 가까이 발생하는 흔한 소화기 질환이다. 주로 20~40대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진단방법은 없고 환자의 증상을 듣고 장내시경 및 운동 감각기능 검사 등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흔히 과민성 대장염 또는 신경성 장염 등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대장에는 염증이 없으므로 엄밀히 말해 틀린 용어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증세와 치료법을 알아본다. [ 도움말=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울산의대 교수), 이풍렬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성균관 의대 교수) ] ----------------------------------------------------------------- ◆심할 경우 복통으로 정상생활에 차질=과민성 장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이다. 환자들은 주로 배꼽 주위나 아랫배가 '살살 꼬이는 것 같이 아프다'고 호소한다. 환자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는 천차만별인데 심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과민성 장 증후군에 의한 복통은 항상 설사나 변비가 시작될 때 나타났다가 배변 후에는 감쪽같이 없어지거나 완화되는 특징이 있다. 변비로 가스가 차서 배가 터질 것 같은 팽만감을 느끼면서 복통이 시작되거나,배가 살살 꼬이면서 아프면 영락없이 설사가 뒤따른다. 이 질환은 만성이지만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기간이 있어 증상이 재발할 때까지는 멀쩡하게 지내게 된다. 수면 중에 복통이나 설사로 잠에서 깨어나는 법은 없다. ◆배변 습관이 변하면 의심해야=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들의 공통점은 복통과 배변 습관이 변한다는 것이다. 이중 약 80∼90%의 환자들이 복통을 호소하며 변비를 앓는 경우가 많으며 설사를 일으키거나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타나기도 한다. 때로는 통증없이 설사가 일어난다. 변비의 형태로는 배변 횟수가 줄거나 배변 횟수는 정상이지만 변이 딱딱하고 가늘며 양이 적은 경우도 있다. 변보기가 힘들고 통증이 수반되거나 배변 후에도 개운치 않고 뒤가 묵직하기도 한다. 설사는 주로 아침에 일어나서 곧바로 복통을 느끼면서 하게 되는데 2∼3차례 묽은 변을 보게 된다. 아침 식사 후에 다시 2∼3차례 변을 보고나면 낮 시간에는 비교적 괜찮다. 때로는 무엇을 먹기만 하면 10분 내로 화장실로 달려가야 할 때도 있다. ◆스트레스가 증세를 악화시킨다=과민성 장 증후군은 설사나 변비 증상이 항상 동반되므로 주 원인이 대장의 운동기능 이상일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까지 특이한 운동기능 이상은 의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진단 방법으로는 X선,위 또는 장 내시경,초음파,경우에 따라 컴퓨터 단층 촬영 등이 이용된다. 과민성 장 증후군은 장의 염증,궤양,종양과는 전혀 무관하다. 과민성 장 증후군이 발전해 염증,궤양,종양이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병은 사람을 매우 괴롭게 하지만 수술을 받아야 한다거나 죽는 경우는 없다. 과민성 장 증후군의 근본 원인은 아니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신경성은 아닌 데도 신경을 쓰면 증상이 악화되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 및 취미생활 등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주면 이 병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