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독 사회학자 송두율(59.뮌스터대) 교수는 22일 37년 만의 귀국에 대한 소감으로 "감개가 무량하다"며 "체류동안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그간의 상념을 가다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송 교수와의 일문일답. --귀국 소감은 ▲한국 땅을 밟으니 감개무량하다. 그간 몇 번이나 고향길이 좌절됐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이번에 성공하게 돼 매우 기쁘다. 37년은 짧지 않은 세월이지만 그 세월을 극복하는 데는 1초가 걸릴 수도 있고 1시간, 혹은 10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집을 떠나 여기까지 오는 데 10시간이 걸렸는데 그 시간 동안 지난 37년의 개인사가 응축된 모습으로 머리 속을 스쳐가더라.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67년 7월 15일 출국해서 오늘에야 입국했는데 입국 신고서를 쓰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여기 있는 동안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여럿 있지만 우선 아버님 선영을 방문하고 싶다. 아버지는 끊임 없이 내게 용기를 주셨던 분으로 이제야 뵙는 게 애통하고 통절하지만 아버님께서 지하에서라도 용서해 주시길 빈다. 오늘 중에라도 경기도 광주의 아버님과 조부 선영을 찾고 싶다. --방한 기간 계획은 ▲일정을 다 소화해서 조국에 대한 고민을 한 단계 높이는 조국 체험이 되길 바란다. 또 38년 만에 돌아온 아내와 난생 처음 고국 방문한 두 아들 역시 즐겁게, 많은 사람을 만나 많은 것을 배우고 가는 방문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귀국을 결심한 결정적 계기는 ▲우리사회는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지만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나라 중의 하나다. 결국은 좁아지는 세계화, 지구화 시대를 우리 한반도가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를 내 자신이 구체적으로 체험하고 구상하며 상념을 다듬는 중요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국가정보원 조사에 대한 입장은 ▲변호사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다. --통일 문제와 관련한 생각은 ▲앞으로 강연때 하겠다.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정기랄까, 상념이 어떤 순간 새로운 다른 길을 보여줄 수도 있을 테고...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다. --고향인 제주도는 언제 가나 ▲우리 증조부부터 선영이 거기 있다. 아버지와 조부만 경기도 광주에 있다. 가족과 함께 지중해의 코르시카 섬을 간 일이 있는데 한 외국인이 내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을 두고 왜 여기 와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래서 기대가 많다. 아버님 고향이고 해서 꼭 밟아보겠다. --한국 강단에 설 계획은 ▲(독일 대학에서) 은퇴까지 5년이 남았는데, 기회가 되면 조그만 앎이라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있다. 민족의 지성들과 많은 이야기들도 나눠보고 싶다. --한국이 많이 변한 것 같은가 ▲잘 모르겠다. 비행기 좌석도 가운데에 앉아서...변화가 많다고 들었는데 변화가 어디에 있는지, 옛날 서울엔 한강 다리가 1개였는데 지금은 몇 개인지 등등을 둘러보고 싶다. (영종도=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