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분유가 모자라요" 태풍 '매미'로 유일한 도로인 군도1호선이 유실되면서 고립된 강원도 정선군 북면 봉정리 주민들은 4일째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기는 물론 유.무선 전화마저 모두 불통인 '고립무원' 상황에서 주민들은 어둠이 내리면 마을회관에 모여 서로를 격려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30∼50대 청.장년층은 그런대로 견딜만 하지만 어린아이들과 나이 많은 어른들이 가장 큰 걱정이다. 가난 아이를 둔 김영수(33)씨는 분유가 떨어지자 지난 14일 산사태와 골지천 범람으로 인해 수렁으로 변한 도로를 2시간이나 걸어 북면사무소 소재지까지 나오기도했다. 지난 14일부터 쌀, 취사용 가스 등 생필품이 헬기로 공수되고 있지만 마을 40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6가구가 수해를 당한 현실에서 혹시 응급환자라도 발생할까 걱정이 태산이다. 정선군 북면사무소 김재호씨는 "당장 방역을 해야 하는데 방역차량이 들어가지못하고 있다"며 "봉정리에는 보건지소도 없어 마을주민들의 건강이 가장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태풍 '매미'로 평균 400㎜ 넘는 폭우가 내린 정선지역에는 현재 5개 읍.면, 13개리, 413가구, 1천100여명이 이같이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 정선군은 이들 고립지역을 풀기 위해 군부대와 함께 응급복구반을 집중투입하고 있지만 길이 뚫리려면 앞으로도 최소한 2∼3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