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반세기를 넘기면서 남북간 언어의 이질화 정도가 매우 심각해 번역이 없이는 뜻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달라진 표현들이 매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위 이미경(李美卿.민주) 의원은 15일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남북어문교류위원회와 공동으로 지난 4월부터 8월말까지 북한 초중고에서 사용하는 국어, 음악, 수학, 지리, 화학, 역사, 도덕 등 7과목의 교과서 9권을 분석한 결과, 문법과한자어, 외래어, 전문용어 등에서 남북간 언어 차이가 매우 컸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북한 고등중학교 4학년 교과서에서 `제형에서 두 옆변의 가운데점을맺은 선분을 제형의 중간선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하는 것을, 남한의 고교 수학 교과서식 표현으로 바꾸면 `사다리꼴에서 두 측변의 이등분점을 잇는 선분을 사다리꼴의중간선이라고 부른다'고 적어야 한다. 또 북한의 고등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의 `일 없어. 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꽝포쟁이가 되거던…'이라는 표현을 남한식으로 바꾸면 `괜찮아.난 오늘 물고기를 꼭 잡아야 해. 못 잡으면 허풍쟁이가 되거든…'이 된다. 이밖에 북한과 남한의 교과서에서 사용하는 단어의 현격한 차이는 전등알-백열전구, 드문가스-비활성기체, 세평방정리-피타고라스의 정리, 불타기반응-연소반응,녀성고음-소프라노, 소리표-음표, 산줄기-산맥 등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또 월프람-텅스텐, 주무랑마봉-에베레스트산, 시누스-사인(sine), 코시누스-코사인(cosine), 탕겐스-탄젠트(tangent), 휘거-피겨스케이팅, 뽈스까-폴란드(Polska),깔리만딴섬-보르네오섬, 마쟈르-헝가리 등에서 외래어 사용에서도 특히 차이가 심한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체제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 말의 용법을 왜곡하는 사례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우리 말의 존칭을 나타내는 조사인 `00께서는'을 복수에 사용할 경우'A와 B께서는'과 같이 뒷말에만 붙이는 게 자연스러운 어법이지만, 북한에서는 `수령님께서와 친애하는 지도자선생님께서는...'처럼 존칭을 중복해서 사용하고 있다. 이 의원은 "분단의 세월이 길어지면서 남북간 언어의 이질화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특히 청소년들의 교과서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 심각한 상황"이라며 "언어의동질성 회복을 위한 남북간 공동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과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는 오는 16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남북한 언어차이와 통일언어 교육의 실태'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