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에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위력이 더 강력하다." 12일 밤과 13일 새벽 영남 지방을 할퀴며 지나간 제14호 태풍 매미(MAEMI)처럼 초가을에 한반도를 찾아오는 태풍들은 한여름 태풍보다 더 강력한 위력으로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지난 1959년 9월15일부터 4일 간 한반도를 강타한 사라(SARAH) 태풍이 덮쳤을 때에는 8백4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재산피해액은 2천4백여억원에 달했다. 사라는 37만3천4백59명의 이재민까지 만들어 지금까지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남아있다. 지난 98년9월 말과 10월 초까지 지속된 '예니'도 '가을 태풍'의 전형. 당시 포항에는 웬만한 지역의 연중 강수량과 맞먹는 5백16.4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하루만에 쏟아졌다. 지난해 8월31일 전남 고흥으로 상륙해 아직도 그 피해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태풍 루사(RUSA)는 정부 집계로 사망 2백36명,실종 34명 등 2백70명의 인명피해를 기록했고 재산피해는 6조1천1백52억원으로 사상 최고였다. 월별로는 8월이 가장 많은 1백12개로 연평균 1.2개이며 다음으로 7월 86개(연평균 0.9개),9월 77개(0.8개),6월 17개 등의 순으로 전체의 91% 가량이 7∼9월 사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 뒤늦게 찾아오는 태풍의 피해가 더 큰 이유는 역시 수확기를 앞둔 농작물 피해가 컸기 때문.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 태풍과 달리 가을 태풍은 내륙으로 접근하면서 보통 그때쯤 우리나라 북쪽에 위치하게 마련인 차가운 기단과 만나 많은 비를 뿌리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태풍이 앞으로 1∼2차례 더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