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가 쓸고간 자국은 참혹했다. 울산의 특산물인 배가 수확기를 앞두고 대부분 떨어지자 울주군 서생, 삼남, 삼동, 청량면과 북구 호계, 농소지역 과수농민들이 시름에 잠겼다. 삼동면 작동리 김수천(60)씨의 배 과수원 4천여㎡에서는 조생종 신고배가 대부분 떨어졌고 삼남면 상천리 정학룡(55)씨의 과수원 6천여㎡에서도 상품성을 기대했던 배가 거의 다 떨어졌다. 농민들은 올해 일조량이 적어 배의 작과가 좋지 않자 달린 배라도 상품성을 높여보려고 예년과 달리 추석을 앞두고 출하도 하지 않았던 터여서 가슴이 더욱 미어졌다. 김수천씨는 "이럴줄 알았으면 추석 앞두고 설익은 배라도 출하했으면 얼마라도건졌을 것"이라며 "수 십년째 배농사를 짓지만 이렇게 피해가 심하기는 처음"이라고말했다. 12일 오후 10시께 해일이 몰아친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 주민 100여명은 망연자실해 있다. 거대한 파도가 덮치면서 김정석(65)씨의 집이 반파되고 담이 무너졌으며 30여가구 모두가 안방까지 바닷물이 넘쳐 주민과 고향을 찾았던 가족들이 면사무소 등으로몸을 피했다. 태풍이 지나가고 날이 밝자 주민들은 마을로 돌아와 상처뿐인 집을 둘러보고 있으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해 한숨만 짓고 있다. 울산 시가지는 태풍이 할퀸 자국이 선명하다. 남구 삼산동 현대.선경아파트와 야음동 동부아파트, 중구 우정동 선경아파트 등고층아파트마다 베란다 유리창이 깨져 주민들이 밤새 비바람의 공포에 사로잡혔고시가지 고층건물의 유리창도 수 없이 깨졌다. 중구 동강병원과 동구 울산대병원, 남구 중앙병원 등 주요 병원에서는 깨진 유리에 다친 시민들이 밤새 줄지어 치료를 받았다. 남구 삼산동 삼성아파트(북구 천곡동 신축) 모델하우스와 신정동 삼성미소지움아파트 모델하우스가 반파됐으며 미소지움 모델하우스에서는 파손된 자재들이 옆 도로를 덮쳐 울산31로 9938호 아벨라 등 승용차 수 십대가 파손됐다. 남구 옥동 울산대공원에도 동문 입구의 조형물이 쓰러지고 적송 등 조경수 수십그루가 뽑히거나 부러졌다. 남구 태화로터리와 공업탑로터리에 세워져 있던 울산시의 홍보 입간판과 남구삼산동 자동차매매상사와 달동 LG투자증권 건물의 간판 등 수 백개의 간판이 떨어져도로에 나뒹굴고 있다. 울산지역 120여개 선로 가운데 절반이상이 정전된 가운데 울산지방경찰청의 경우 오전 8시 현재까지 전기가 복구되지 않아 치안상황이 잘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울주군 범서.온양읍과 북구 농소읍 등 변두리는 정전에다 휴대전화마저 불통돼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러나 재해현장이 넓어 피해복구와 끊긴 전기 및 이동통신 재개에는 적지않은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은 "태풍피해도 피해지만 주민들로서는 어떻게 복구해야할지 엄두를 내지못하고 있다"며 "이럴 때 공무원들이 신속히 나서야 하는데 다들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이상현기자 sjb@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