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내에서 여성을 상대로 성추행을 한 파렴치범으로 몰렸던 한 40대 남성이 교통카드 덕분에 무죄를 인정받았다. 회사원 A(44.남)씨는 지난해 3월 26일 오전 평소대로 출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타려고 승강장에서 기다리던 중 지하철 수사대에 붙잡혀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청천벽력같은 상황을 맞았다. 일주일 전인 3월 19일 오전 7시55분부터 8시10분까지 4호선 지하철을 타고 미아삼거리역에서 혜화역까지 가면서 20대 여성인 B씨의 허벅지를 비비는 등 성추행했다는 혐의. 직장과 가정에서 충실한 생활을 해오던 A씨에게는 자신이 파렴치범으로 몰린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지만 B씨의 말만 믿은 경찰은 그런 일을 저지른 적이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의 심판대 앞에까지 오게된 A씨가 누명을 벗을 수 있는 결정적 증거가 된것은 다름아닌 지하철 교통카드 1장과 회사의 출입증 1장. A씨의 교통카드와 회사 출입증을 분석, 지하철 탑승 및 하차 시각, 회사에 도착한 시각을 비교한 결과 피해자 B씨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시각에는 도저히A씨가 같은 지하철을 타고 있을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A씨가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에서 탑승, 지하철 3호선 양재역까지 가는데대략 43-44분이 걸리고 양재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걸어가는데 13분30초 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아삼거리역에서 회사까지 대략 56-57분이 소요된다. A씨가 이날 회사에 도착한 시각은 회사 출입증 기록상 오전 8시30분께이므로 출근까지 걸린 시간을 감안하면 A씨가 미아삼거리역에서 지하철을 탄 시각은 오전 7시33분 내지 34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B씨가 성추행을 당하기 시작했다는 시각인 7시55분과는 20분 가량이나 시차가 발생하는 셈이다. 더욱이 B씨가 A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정황도 A씨를 성추행범으로 인정하기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했다. 서울지법 형사항소3부(재판장 황경남 부장판사)는 29일 "범행시간이 불일치하는데다 피고인이 검거된 때는 사건 발생 7일 후여서 기억의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또한 B씨는 A씨가 당시 카키색 정장을 입었다고 진술했으나 B씨는 이런 정장을소유하지도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