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높은 물줄기를 자랑하는 `서울의명물' 월드컵 분수대의 가동률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78억여원을 들여 설치한 이 분수대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의도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최근 검토했다가 가동률이 떨어지자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월드컵 분수대는 63빌딩 높이(247m)와 거의 맞먹는 202m높이의 물줄기를 뿜어올릴 수 있는 초대형 분수대로, 30m높이의 보조분수 2기와 함께 야간조명 장치도 갖춰 관광객들 사이에서 명물로 꼽혀왔다. 재작년 10월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앞 한강 위에 임시로 설치됐다가 월드컵이 끝난 뒤 지난해 9월 양화대교 밑 선유도공원 하류로 옮겨져 현재 가동 중이다. 26일 시에 따르면 이 분수대의 평균 가동률은 49%로,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122일 동안 불과 60일만 가동됐다. 평균 하루 걸러 하루씩 물줄기를 뿜어낸 셈이다. 이처럼 가동률이 낮은 것은 바로 분수의 높이와 바람의 영향 때문. 높이가 200m이상 되다 보니까 바람(풍속 5m/sec 이상)이 세게 불면 물줄기가 흩어져 제대로 뻗어나갈 수 없는 것. 안개가 짙게 끼어 가시거리(시계 1천800m이하)가 줄어도 가동될 수 없다. 한강물로 운영되는 이 분수는 또 비가 많이 와서 한강물에 이물질이 많이 유입될 경우에도 분수대가 막힐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동되지 않는다. 시는 최근 이 분수를 많은 시민과 외국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여의도 마포대교~원효대교간 한강 중심 지역으로 내년 5월까지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이처럼 가동률이 떨어지자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분수 전경이 보이는 당산동, 합정동 등 인근 지역 주민들이 이전을 반대한 데다 이전할 경우 변전 시설 설치비 등 21억 원의 추가 예산이 드는 것도 문제가 됐다. 시 관계자는 "일단 월드컵 분수대는 선유도공원에 그대로 두기로 하고 여의도에는 이 지역 여건에 맞는 별도의 소형 음악분수대 설치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