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연구를 통해 질병원인을 규명하고 백신을 제조, 장차 노벨상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10대 소녀가 영국 대입자격고사(General Certificate of Education Advanced level)인 A-레벨에서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역사, 일반상식 등 6과목 성적 모두 A학점을 받고 명문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에 합격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영국 버크셔 세인트 그리스핀 공립학교 고교과정을 졸업한 손에스더(17.여.동대문구 휘경동)양. A-레벨 응시에서 3과목만 A학점을 받으면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 등 명문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로 이 시험이 까다로운 점을 감안하면, 6개 과목 전체 A학점 기록은 극히 드문 경우다. 따라서 A-레벨 결과가 발표된 지난 14일 손 양이 재학 중인 세인트 그리스핀 공립학교 교장은 손수 국제전화를 걸어 "6과목 A성적은 개교 이래 처음"이라며 떨리는목소리로 각 과목 성적을 불러주면서 극찬했다. 특히 손 양은 이 처럼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도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와 함께 복수 지원했던 케임브리지대에서는 `영국 귀족사회에 속하지 않은 소수자'라는 등의 이유로 낙방했다.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영국 내 소수 민족 출신인 손 양의 사례와 장애인,어려운 가정형편에 처한 다른 수재들의 사례를 함께 묶어 영국 대학의 배타성과 폐쇄성을 질타하는 기사를 실어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손 양은 "케임브리지대 낙방 이유가 외국인, 장애인 등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차별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영국 대학들의 특성과 나보다 뛰어난 영재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합격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며 겸손의 미덕까지 보이는 여유를 과시했다. 지난 6월30일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모처럼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손 양의 꿈은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해 과학 분야에서 대한민국 첫 노벨상 수상자가 되는 것. 손 양은 "생체기관 사이의 화학작용을 연구하는 생화학은 심오한 자연법칙을 탐구하는 물리나 화학 등에 비해 질병과 싸우며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학문인 것 같아 흥미를 갖게됐다"고 말했다.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는 노벨상 수상자를 14명이나 배출하고 영국내 연구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연구 환경과 관록이 뛰어난 신흥 명문 과학대학인 점을 감안하면 노벨상 수상이라는 손 양의 야무진 포부가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가 기대된다. 손 양은 세인트 그리스핀 공립학교가 위치한 버크셔 지방 워킹햄 시가 주최한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 워킹햄시 교향악단과 피아노 협연을 가질 정도로 음악에서도 탁월한 재능을 발휘했다. 손 양이 영국으로 건너간 것은 중학교 2학년 때인 지난 99년으로 교회장학금 지원을 받아 신학(神學) 연구를 위해 영국 유학길에 오른 부모님을 뒤따라 외국생활을 시작했던 것이다. 손 양은 "부모가 2년씩 잇따라 장학금을 받아 영국 유학생활을 하게 되면서 `학생의 동반자녀 학비는 무료'라는 영국 복지제도 덕택에 공부할 수 있었으나 대학부터는 이 혜택이 없어져 연간 등록금 2천만원과 생활비 마련 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런던대 임페리얼 칼리지는 외국인에게 장학혜택을 주지 않아 당장 학비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손 양은 "국내 장학재단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1년 휴학을 하고, 학비를 버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