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선 열차 추돌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은 고모역 역무원과 사고 열차 기관사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발생 경위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대구 수성경찰서는 경부선 고모역에서 사고 무궁화호 열차의 운행을 지시한 고모역 역무원 정모(30)씨와 사고가 난 화물열차 기관사 최모(50)씨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보고 이를 입증하기 위한 수사를 집중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정씨는 고모-경산역 구간이 철로 신호 보수공사 관계로 통신식 운행(신호등을 무시하고 무전통신을 통해 운행)을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한 채 앞서가던 화물열차가 뒤차와 6-7분 간격으로 먼저 경산역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하고 무궁화호 열차를 진행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씨는 고모-경산 구간이 통신식 구간인 것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정상신호가 보이자 신호등 지시에 따라 임의로 운행해 뒤따르던 무궁화호 열차가 추돌사고를 일으키게 한 혐의다. 경찰은 정씨가 철도청 부산지방사무소 박모(37)씨의 지령에 따라 무궁화호 열차의 고모역 통과를 지시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박씨의 부당지령 하달 등 과실 여부도 함께 조사하고 있다. 박씨는 통신식 운행의 규칙을 무시한 채 피서철을 맞아 증가한 열차 운행을 원활히 하려고 앞서가던 화물열차의 경산역 도착을 확인하지 않고 무궁화호 열차의 고모역 통과를 지시한 과실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경찰은 고모역의 지시만 따른 채 열차의 전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운행을 계속하다 사고를 낸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 김모(36)씨의 안전운행 부주의 여부에 대해 수사를 하는 한편 부하직원의 열차 통과 지시를 방관한 고모역장 서모(50)씨의 과실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정씨 등의 혐의를 밝히려고 사고가 난 두 열차의 운행.속도기록장치(타코미터)와 사고 직전 통신 기록을 녹음한 디지털 녹음테이프 등을 확보했으나 무궁화호 열차의 타코미터는 고장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타코미터와 녹음테이프 등에 대해 정밀감정을 실시한 뒤 정씨 등의 혐의가 밝혀지는 대로 철도청 관계자 전원을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철도청은 이날 열차 추돌사고 발생의 책임과 관련, 동대구지역관리역장 및 사고 관련자인 고모역 역무원 정씨, 무궁화호 열차 기관사 김씨, 부산지방사무소 박씨 등 4명을 직위해제했다. (대구=연합뉴스) 이강일.한무선 기자 leeki@yna.co.kr ms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