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근무하던 차장급 직원이 국민연금 제도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자살,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10시께 국민연금관리공단 남원지사 가입자관리부 송모 차장(40)이 사무실에서 목을 맨 채 숨져 있는 것을 부인과 회사 동료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송씨의 부인은 밀린 업무가 많아 늦겠다던 남편이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회사 동료에게 연락해 함께 회사를 찾아왔다가 남편의 시신을 발견했다. 송씨는 평소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에 '이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남기는 글'이라는 A4용지 2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에서 그는 "오늘도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했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보험료를 조정하겠다는 문서를 만들었다"며 괴로운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지난해에는 납부예외율 축소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았는데 산을 하나 넘고 나니 소득 조정이라는 더 큰 강이 버티고 있다"며 "정말 소득 조정이 필요한 일이라면 법과 제도로 뒷받침을 해야 하는데 올려 놓고 항의하면 깎아주고 큰소리 치면 없던 일로 해주는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을 위한 국민연금이라면서 지금까지 난 국민연금을 칭찬하는 사람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적었다. 송씨는 유서 말미에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부실한데 5년, 10년 그 뒤에 벌어질 일들을 생각하면 정말 두렵다…제 목숨을 걸고 호소한다. 정말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국민연금을 만들어 주길 간절히 부탁한다"라며 제도 개선을 당부했다. 송씨와 함께 근무했던 사무실 직원은 "(송씨가) 쾌활하고 자상한 성격인 데다 유머도 있어 술자리를 주도하는 편이었다"면서 "지금 돌이켜보니 속에 있는 말을 감추느라고 그런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또 다른 직원은 "평소에도 힘들어했다. 팀 회의에서는 소득 조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면서 "팀원들이 대부분 소득계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송씨는 가족들에게 "일주일 전에 사준 노란 자전거가 아들 녀석에게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라며 "이런 아들을 남겨 놓고 가려는 제 마음도 미어지고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나타냈다. 송씨는 아내가 몸이 허약해 어렵게 얻은 6살짜리 아들이 있으며 가정은 화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관리공단측은 노사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현재 진상을 조사 중이라며 예민한 성격의 고인이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도 자살의 한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입자관리 자격2팀 이종신 팀장은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사업장 가입자와 그렇지 않은 지역가입자 간에 소득 편차가 심하게 나타나고 있어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는 국민연금 제도를 내실있게 정착시켜 나가는데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