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 출범 이래 집회와 시위가 꾸준히증가, 지난해 최고조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경찰청이 발표한 '2002년 국내 정세 및 집회.시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집회.시위는 모두 3만4천138건으로 국민의 정부 출범 첫해인 98년 1만1천797건의 세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폭력집회는 그 전해에 비해 45% 줄어 118건에 그쳤다. 집회.시위로 사법처리된 사람은 2001년 대비 41.2% 늘어나 8천337명에 달했다. 경찰청은 지난해 집회.시위가 증가한 원인이 6.4 지방선거, 월드컵 축구대회,아시안게임,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국가적 행사가 잇따르면서 각계각층의 요구사항이 분출한 데다 구조조정 저지, 주5일 근무제 통과, 공무원노조 합법화, 반미 집회등의 각종 사회.노동 현안이 맞물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전체 집회.시위 건수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치안 질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돼 경찰력이 투입된 집회.시위 건수는 전년에 비해 22% 줄어 1만165건에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사법처리 대상자가 증가한 원인에 대해 "지난해 철도.가스.발전3사 노조, 전국공무원노조, 전국보건의료노조 등의 대규모 장기 불법시위가 잇따르면서 연행자가 많았던 탓"이라며 "공권력을 엄정집행하라는 정부의 공문이 몇 차례내려오긴 했지만 그 때문에 법을 엄중 적용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분야별로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등 학생운동권의 집회.시위는 2001년3천283건에서 지난해 4천794건으로 46.0% 늘었지만 화염병 시위는 4회에서 2회로 줄었다. 그러나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 미국 관련 시설에 대한 기습시위는 전년도 6회에서 34회로 급증했다. 또 여중생 사망사건을 계기로 새 시위 양상으로 등장한 촛불시위는 지난해 11월20일 이래 한 해에만 625회 열리면서 연인원 19만여명이 참석했다. 노동계의 경우 노사분규가 37.6% 증가한 322건으로 늘어났고 집회.시위는 52.4%늘어난 1만3천246건으로 집계됐다. 또 대통령 선거와 한.중 마늘협상 파문, 호주산 생우 수입 문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대형 이슈로 경제분야 집회.시위가 전년에 비해 59.5% 늘어난 6천229건에 달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집회.시위의 특징에 대해 "2001년도엔 전국적으로 노동현장에서 폭력시위가 많았는데 작년에 한풀 꺾이면서 평화적인 기조가 유지됐다"고말했다. 그는 또 "여중생 사망과 관련해 촛불시위가 상당한 국민적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시위 양상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를 막는 과정에서 경찰도 경찰버스를 이용해 막(幕)을 치는 새 시위 대처법을 개발했다"며 "네티즌을 중심으로 집회 홍보.연락이 되면서 참석자가 는 것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다른 집회가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실제 집회를 개최하지 않으면서도 집회 신고만 하는 '선점집회'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민주노총 법률원의 권두섭 변호사는 "최근 폭력시위가 줄었는데도 오히려 처벌자가 증가한 것은 경찰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악의적으로 적용하는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집회 주최자나 대표자에게만 벌금형을 내렸던 것과달리 최근에는 참가자 전원에게 벌금형을 처하는 등 사회적 약자가 집회.시위마저자유롭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또 집회 건수의 증가와 관련, "언론의 과점화로 사회 소수그룹의목소리가 다양하게 표출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의사 표현의 유일한수단인 집회.시위에 나서게 된 게 한 원인"이라며 "정확한 통계는 모르겠지만 위장집회신고의 꾸준한 증가도 집회 건수 증가의 또 다른 원인으로 파악된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