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화면에 단순히 음란물이 게재된 다른 웹사이트와 연결되는 '링크'사이트를 설치해 놓아도 실정법에 위배된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음란물 단순 링크도 유죄라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건전한 사이버 문화 형성의 걸림돌인 인터넷 유해 게시물을 강력 단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법원 1부(주심 박재윤 대법관)는 자신이 운영하던 인터넷신문에 사진 등 음란물이 게재된 홈페이지에 바로 연결될 수 있는 링크사이트를 설치한 혐의(옛 전기통신기본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씨(33)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초고속인터넷 환경에서 링크는 마우스 클릭이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이용자에게 다른 웹페이지의 내용을 직접 전달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와 범의는 단순히 다른 웹사이트를 소개ㆍ연결해 주는 기능을 넘어 실질적으로 음란물을 직접 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불특정 다수인이 링크를 이용해 별다른 제한 없이 음란한 부호 등에 바로 접할 수 있는 상태가 야기됐다"며 "이는 링크기술의 활용과 효과를 극대화하는 초고속 정보통신망 제도를 전제로 신설된 전기통신기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98년 5∼6월 속옷 관련 '팬티신문' 웹사이트를 개설한 뒤 초기화면 하단에 음란물을 게재한 홈페이지에 바로 연결할 수 있는 링크사이트를 만든 혐의로 99년 기소됐다. 1,2심에서 "링크사이트 개설은 음란한 부호 등을 전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선고 받았다. 구 전기통신기본법 제48조 2(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음란한 부호ㆍ문언ㆍ음향 또는 영상을 반포·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정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하게 '링크'만 해놓은 사이트도 적나라한 내용이 많았지만 그동안 단속 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로 각종 사이트의 음란 배너광고도 강력하게 단속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