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올해 대학 학문 분야 평가가 파행을 빚을 전망이다. 2003년 평가대상인 경제학ㆍ물리학ㆍ문헌정보학 분야 교수들이 평가방식 개선을 주장하며 평가를 거부한 상태에서 대교협측이 평가 강행의지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대교협은 1992년부터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대학 평가 업무를 위탁받아 시행해오고 있다. 대교협은 27일 "2003년 학문 분야 평가를 위해 지난 19일 개선한 평가 편람을 만들어 각 대학에 보냈다"며 "이달 말까지 의견을 받은 뒤 8월 초 평가 편람을 확정해 평가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의 경제학ㆍ물리학ㆍ문헌정보학과 교수들은 지난 5∼6월 학문별로 '대교협평가개선추진위원회'를 결성, 평가방식 개선을 요구해왔고 이에 따라 대교협은 이번 수정작업에서 48% 정도의 평가항목을 삭제했다. 그러나 각 학문 분야 추진위측은 개선된 편람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 97개 경제학과가 참여 중인 경제학 분야 추진위는 28일 평가 편람 거부공문을 대교협에 발송키로 결정했다. 정성진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대교협경제학분야 평가개선추진위 공동대표)는 "대교협이 자체 수정한 평가 편람은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올해 안에 평가를 끝내야 교육부 예산을 타는 대교협이 평가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진수 충북대 물리학과 교수(대교협물리학분야 평가개선추진위 공동대표)도 "수정된 편람은 현행 틀을 그대로 유지한 축소판"이라며 "전국 대학의 77개 물리학과중 70여개가 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위측은 그동안 △대학 서열화를 심화시키는 상대평가 △평가대상 기관의 의사 수렴 없는 일방적 평가 편람 △학문 분야의 다양한 특성을 못 살린 평가기준 △방대한 양의 평가자료 요구 등을 문제점으로 꼽고 대교협측에 올해 평가를 일시 중지하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가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대해 이헌청 대교협 사무총장은 "교수들의 평가 반대로 이미 일정에 두 달 이상 차질이 생겼다"며 "교수들이 수정된 편람마저 거부할 경우 평가에 참여하겠다는 대학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평가는 큰 틀에서 국가경쟁력을 위한 것"이라며 "평가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평가의 긍정적 기능은 무시하고 무조건 평가를 거부하는 교수들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도 "대학들에 평가 참여를 촉구하고 있지만 교수들이 평가를 거부할 경우 평가를 받고자 하는 대학만을 상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