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WHO 신임 사무총장은 이날 환경을 고려해 새로 구입한 전기자동차(도요타 하이브리드)를 타고 오전 9시 5분 WHO본부에 출근해 현관문에 걸린 WHO 로고를 배경으로 사진기자들의 촬영 요구에 응했다. 이 총장은 감색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을 든 채로 로비에 걸어들어와 현관 로비에서 마중나온 브룬틀란트 총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다음 1호 엘리베이터를 타고7층의 총장 집무실로 올라가 20분간 환담을 가졌다. 두 사람은 9시 35분경 다시 로비로 내려왔으며 이 총장과 도열한 WHO본부 직원들은 떠나는 브룬틀란트 총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주홍색 투피스 정장 차림인 브룬틀란트 총장은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한표정이었으며 로비 밖으로 배웅을 나간 총장과 작별의 인사를 나눈 뒤 남편과 함께정든 WHO 본부 건물을 조용히 빠져나갔다. ○...이 총장의 일본 출신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玲子) 여사는 이 총장이전용차로 출근하기 전 자택인 제네바 근교의 니용에서 열차편으로 미리 도착해 이신임총장이 들어오자 합류해 브룬트란트 전임총장 부부와 인사를 교환했다. 기자들을 피하기 위해 열차를 이용했다는 레이코 여사는 신구 총장들이 집무실에서 환담을 나누는 동안 로비에서 그를 알아본 WHO 본부의 간부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미국의 코넬 대학에서 수학하는 이 총장 부부의 아들은 참석치 않았다. 레이코 여사는 페루와 제네바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페루 현지에서는 수에와 브로치 장식 만들기를 가르치고 있다고. ○...이 총장은 WHO 본부 대회의장을 가득 메운 직원과 하객들의 기립 박수 속에 원탁 테이블에 마련된 의장석에 앉아 차분히 취임 연설을 시작했다. 이 총장은 취임사 서두에서 WHO에 몸담은지 20년이 됐으며 이제 WHO가 거둔 많은 업적을 증언할 수 있는 특권을 갖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하고 젊은 시절 품은사명감은 일생의 소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뉴델리의 WHO 남아시아 지역사무소 조사실에 근무하는 딮티 아들라카 씨를거명하며 자신이 남태평야의 피지에서 처음으로 나병 퇴치사업을 위해 근무할 당시그는 불과 1살에 불과했다고 말하자 장내에는 웃음이 일기도. 이 총장은 아프리카 지역사무소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는 조지프 오카나 씨는 21살이던 지난 1964년 WHO에 들어와 현재 39년째 몸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아들라카와 오카나 두 사람은 WHO에서 일하는 신구세대의 조화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라고 언급했다. ○...이 총장은 이날 대회의장 옆에 있는 인디아룸에서 새로 선임된 사무차장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회견은 지난주 취임에 즈음해 한 기자간담회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홍콩 기자들은 사스, 미국 기자들은 바이오테러리즘과 GMO(유전자조작 농산물), 비만 문제,담배 협약 문제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이 총장은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능숙한 영어로 성실히 답변했으며 필요시에는 미국 국무부 보건과학담당부차관보 출신의 잭 카우 씨를 포함한 사무차장들에게 구체적인 답변을 하도록 맡기는 등 여유있는 면모를 보였다. ○...취임에 앞서 지난 주말 발표된 사무차장과 총장비서실 인사는 지역 안배와WHO내의 실무 경험을 고려한 것이 특징이었다. 정치력을 앞세운 브룬틀란트 전총장 계열의 사람들은 한 사람을 남기고 모두 정리됐다. 사스 사태가 확산될 당시 제네바 본부의 방역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헤이먼씨는 소아마비 퇴치사업국 대표로 전보된 것으로 밝혀졌다. 새로운 사무차장은 의사 출신이 3명, 정치전공자가 3명으로 균형을 이뤘다. 총장비서실 가운데는 한국계 미국인인 짐 킴 씨가 총장보좌관으로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버드 의대 조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내에 지인이 많은 것으로알려졌다. ○...WHO 본부가 자리잡은 제네바 일원에는 이날 새벽부터 먹구름이 끼더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기 시작해 몇달 동안 가문 날씨에 허덕이던 수목과 제네바 시민들에게 모처럼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비 때문인 듯 WHO 본부에 출근하는 직원들과 취임식을 보기 위해 온 하객들의표정도 종전보다는 가벼워 보였다. 제네바에 비가 내리기는 수개월만에 처음이며,그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기온은 섭씨 30도를 훨씬 넘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