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본토의 북쪽 끝에 위치한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지역은 1992년부터 핵 폐기물 처리장을 가동한 일본의 대표적인 핵시설 단지다. 일본정부와 지역주민이 서로 '윈-윈'한 모범 사례로 국내에도 자주 소개된 이 지역도 폐기물 처리장 유치를 놓고 한때 심한 내홍을 겪었다. 지난 84년 정부 계획이 발표됐지만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4년 뒤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당시 일본원연㈜ 등 사업자측과 아오모리현,로카쇼무라 등 지자체는 "핵 폐기물이 생각만큼 위험하지 않으며 방사능 수치 등 원전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주민들을 설득했다. 또 엄청난 규모의 재정 지원을 약속,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실제 일본정부는 88년부터 99년까지 4백22억엔(약 4천2백20억원)을 투입, 지역 개발 및 주민 복지사업에 쓰도록 했다. 각종 원자력시설이 들어서면서 신규 고용도 창출됐다. 이로 인해 80년대 초반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쳤던 이곳의 1인당 소득은 2000년 현재 3백20만엔(약 3천2백만원)으로 전국 평균(2백99만엔)을 훌쩍 넘어섰다. 문화센터 노인정 장애인편의시설 공원 체육관 등이 생기면서 삶의 질도 높아졌다. 시설 건립 때 약속한 '정보공개' 원칙에 따라 3개월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30여개 농수산물의 방사능 수치가 주민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로카쇼무라 원전시설의 안전성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데도 불구, 지역주민들은 이런 이유에서 원전시설을 유치한데 대해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75년째 이곳에서 살고 있는 사토 젠에몽씨는 "원자력시설이 들어선 뒤 인구도 늘고 지역경제도 크게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아직 실제 피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이 누그러든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로카쇼무라에는 한국이 추진 중인 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 △사용 후 연료 재처리시설 등이 들어서 있다. 저준위 폐기물은 방사능 누출 위험을 막기 위해 드럼통 밀봉→콘크리트 덧씌움→지하 8m에 매립→벤토나이트 혼합토 등으로 복토하는 작업을 거쳐 2백년 이상 관리 보관된다. 아카사카 다케시 일본 원연 부장은 "저준위 폐기물은 방사능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일반쓰레기처럼 소각 처리해도 별 문제가 없다"며 "다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로카쇼무라(일본)=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