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나왔던 의경이 자살하고 고참으로부터 구타당한 전경이 두 달 만에 숨진 사건을 계기로 전.의경 구타 실태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의 '전.의경 자체 사고 현황 및 대책'에 따르면 지난 해 부대 내 전.의경 구타사고는 343건이었고, 금년에도 지난 6월까지 160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자해 사고도 작년과 올 상반기에 각각 16건, 8건이 발생했다. 군대의 가혹행위가 최근 감소하는 추세인 데 반해 전.의경 구타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시위 진압을 비롯한 각종 급박한 상황에 수시로 투입돼야 하는 현실과 관리 인력 부족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의경 구타사고는 파출소나 검문소 등에 흩어져 있을 때보다 방범순찰대나 기동대에 모여 시위 진압 작전에 투입될 때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숨진 최모(21.수원 남부경찰서 소속) 일경도 금년 3월 이후 줄곧 파출소에서 근무하다 최근 시위가 빈번해지자 경찰서 방범순찰대로 옮겨져 시위진압 현장에 자주 동원돼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4일 숨진 배모(20) 일경도 시위 진압이 주임무인 서울경찰청 제3기동대 소속이었다. 최 일경 자살 사건은 가해자로 지목된 김모(20) 일경이 폭행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어 가혹행위 여부를 단정할 수 없지만 시위 진압 임무를 맡고난 이후 체감 근무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현역 전경 최모(21) 씨는 "시위 현장에서 부대원들이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진압이 어려운 것은 물론, 중상자가 발생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평소 긴장된 부대분위기 조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의경 부대에서 잇따르고 있는 체벌과 가혹행위 근절을 위해 정신교육을 강화하고 사고 발생시 지휘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방침이나 현재의 내무생활 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법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충원기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