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인터넷 사이트회원들이 `가발 살인범'에 대한 탄원서를 받아 담당 재판부에 전달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가발 살인범은 지난달 26일 벌어진 살인사건의 피의자 홍모(38)씨. 홍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게 된 남녀 친구 10명과 술을 마시다가 전모씨가두 차례 자신의 가발을 벗겨 땅에 내동댕이 치자 이에 격분, 흉기로 전씨의 가슴을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홍씨는 경찰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여자들 앞에서 가발을 벗겨 망신을 줘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발모촉진제를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노볼드'(www.nobald.com)의 회원들을 중심으로 법원에 탄원서를 내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현재까지 13명이 탄원서를 작성했으며, 상당수 회원들이 참여 의사를 속속 밝히고 있다는 것이 사이트 운영업체의 설명이다. 노볼드 사이트측은 "살인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탈모로 고민하고 있는 회원들이 피의자 홍씨에 대한 동정 여론이 높아 탄원서를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2일 탄원서를 제출했다는 권모(37)씨는 "나 자신도 10여년 전부터 `대머리'라는것이 부끄러웠다"며 "가발을 썼다는 것은 남에게 감추고 싶은 일이고, 가발을 썼다고 놀림당했다면 엄청난 수치심을 느꼈을 것"이라고 홍씨를 동정했다. 이 같은 의견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눈에 띈다. 이른바 `대머리 사이트'인 `대다모'(www.daedamo.com)의 게시판에서는 ID `프21'을 쓰는 네티즌은 "대머리라고 놀린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정말 미웠다"며 "홍씨가 재판 과정에서 정상 참작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라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회원들의 목소리도 높다. 노볼드 사이트 회원이라고 밝힌 이모(33)씨는 "홍씨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피해자의 입장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살인이라는 무거운 범죄에 감정적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