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장기화할 뻔했던 철도노조의 파업이 1일 철회됨으로써 조흥은행 파업을 신호탄으로 시작된 노동계의 하투(夏鬪)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특히 노동계에 대해 대화에 따른 타협을 중시했던 참여정부의 노동정책기조도 이번 철도사태를 계기로 '친노(親勞)'에서 다소 벗어나 중립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파업 철회 배경 지난달 30일 오후까지만 해도 강력한 산개(散開)투쟁을 외치며 장기파업을 자신했던 철도노조가 갑자기 입장을 바꿔 파업을 철회한 것은 '명분없는 파업'이라는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사상 초유의 교통 및 물류대란이 발생하면서 국민의 불편은 물론 국가경제 및 대외신인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있다는 점도 노조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새벽 농성현장에 공권력을 투입,해산한데 이어 29일에는 업무복귀명령을 어긴 조합원에 대해 무더기 중징계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 점도 노조 집행부로서는 당황스러웠던 부분이었다. 실제 정부는 파업 주동자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업무복귀명령을 어긴 노조원 121명을 직위 해제하는 등 법과 원칙에 따라 발빠른 강공책을 펼쳤다. 특히 철도노조가 국회통과 반대를 주장하며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철도산업발전 기본법과 한국철도 시설공단법이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서 노조원들 사이에 균열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조흥은행.화물연대 파업 때와는 달리 아예 협상조차 나서지 않고 앞으로도 협상은 없다는 초강경 입장을 견지,노조원들을 초조하게 만들었다. 철도노조와 상부조직인 민주노총의 지속적인 대화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이를 거부한채 '철도파업은 불법인 만큼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한다'는 일관된 자세를 보였다. 결국 정부는 이같은 전방위 압박작전으로 파업명분이 크지 않았던 철도노조를 궁지에 몰아붙였고 결국 '파업철회'라는 전리품을 얻어낸 셈이다. ◆불법 파업..강경기조 유지할 듯 철도파업에 대해 처음으로 공권력을 투입하고 '협상없음'이라는 자세를 견지했던 참여정부는 앞으로도 불법으로 판단되는 파업에 대해 똑같은 잣대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사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노조측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은 것은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정부들어 '친노조' 성향으로 흘렀다는 비난을 받아온 노동정책기조가 이번 철도파업 해결과정을 계기로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처리에 따라 대응한다'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24일 조흥은행 파업 과정에서 "불법파업이라 하더라도 대활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에서 철도파업을 겪으면서 "불법파업에 대해 협상은 없다"는 초강경 자세를 보인 점을 주목할만하다. 이는 '선파업-후대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불법파업에 대해서는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정부는 대화와 타협 기조를 유지하면서 노동현안을 풀어나가는 가운데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하는 노동정책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투 사실상 마무리 하투의 최대 분수령이었던 철도파업이 마무리됨으로써 노동계는 사실상 '여름휴가'에 들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당장 2일과 7일 각각 민주노총 산하조직인 금속연맹.화학섬유연맹과 보건의료노조의 임단협 파업이 예고돼 있지만 국민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흥은행이나 철도노조의 파업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속연맹 계열 사업장의 임단협 투쟁에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쟁의행위 찬성률이 예년에 비해 저조하게 나왔고 산별전환 투표가 부결됐다는 점도 하투의 강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노조 집행부가 참여정부 출범이후 조합원들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정책사안들을 상당부분 임단협 투쟁에 포함시킴으로써 종전처럼 노조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점도 강경 투쟁을 어느정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양 노총과 정부 모두 개별사업장의 임단협 파업에 대해서는 적극 개입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한 만큼 무더운 여름철을 달굴 노동계의 파업은 이제 '방학'에 들어갔다고 봐도 무난하다는 분석이다. (서울=연합뉴스) 전준상기자 chunnjs@yna.co.kr